밤의 창은 우리를 비춘다

밤운동 실내자전거 20분

by 눈항아리

밤의 창은 어둠에 휩싸였다. 부산한 삶은 깜깜한 밤에도 미련처럼 거실의 불을 밝힌다. 밤의 창은 정지된 자전거 위에서 달리는 나를 비춘다. 짧은 머리, 작고 쭉 찢어진 눈,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입매까지 다 보인다. 달리는 내 모습 뒤로 달복이가 보인다. 혼자 풍선 놀이를 한다.


“엄마 오늘은 풍선 놀이 해요.”

자전거를 타기 전 복실가 풍선놀이를 하자고 했다.


‘나는 힘이 없다. 딸아.’


풍선 놀이를 하려면 달복이와 복실이 그리고 나, 셋이서 간격을 벌리고 둥그렇게 서서 풍선을 날려줘야 한다. 웃음은 덤으로 던져줘야 한다. 던지고 줍고 둘의 비위를 다 맞춰줘야 한다. 나는 체력 배터리 방전 바로 전 단계에 들어섰다. 빨간 불이 깜빡깜빡한다. 눈꺼풀에 힘겹게 힘을 주고 있다.


“엄마는 자전거 탈래. 힘들어서. 풍선 놀이는 나중에 하자.”


복실이는 선택해야 했다. 오빠를 택할 것인가, 엄마를 택할 것인가. 풍선을 택할 것인가, 자전거를 택할 것인가.




복실이랑 나는 자전거를 탄다. 힘겹게 달리는 내 옆에서 복실이가 달린다. 달복이는 혼자서 분홍색 풍선을 던진다. 풍선을 머리에 문지른 다음 소파에 올라간다. 더 위로 올라간다. 소파 등받이를 밟고 천장까지 올라갔다. 분홍 풍선이 뚝 떨어지자, 가벼운 몸짓으로 폴짝 뛰어 내려와 또 하늘 위로 분홍빛 풍선을 던진다.




밤의 창을 향해 자전거를 달리는 복실 양, 화면이 안 나온다고 불평이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는 운동인데 가상 라이딩 앱이 안 보인다고 입을 삐죽거리는 중이다. 음악도 듣고 싶다고 한다. 입 운동을 열심히 한다. 리모컨을 꾹꾹 눌러대며 손가락 운동도 한다. 운동을 잘도 한다. 딸아이와 밤에 자전거를 탈 땐 조건을 붙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20분 타기. 화면이 안 나와도 무조건 타기.


‘그냥 타라고! 난 생존의 문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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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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