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그 녀석이 나타났다.
한 발은 접어들고 다섯 발로 삐딱하게 섰다.
녀석의 몸은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까딱 옆으로 돌려 나를 노려보았다.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삼각형 얼굴이 날카롭다.
나도 녀석을 노려보았다.
우리는 몇 초간 눈싸움을 했다.
녀석의 눈은 잘 안보였다.
앗차! 나 안경을 안 썼구나.
약하게 보이면 어쩌지.
눈을 더욱 강력하게 부릅떴다.
역세모 얼굴 전면이 눈으로 보였다.
가느다란 두 개의 더듬이가 슬쩍 움직였다.
날 보고 비키라고 하는 걸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운전자 자리는 도망갈 구석이 없다.
나는 이미 안전벨트를 했다.
앞뒤옆 다 막혀있다.
녀석은 앞에 있다.
차 문으로 나갈 수도 없다.
녀석이 긴 갈고리 낫으로 차 문을 턱 막을 수도 있지 않을까.
후덜덜덜
눈앞의 녀석을 보면서 액셀을 밟았다.
덜덜덜
차가 출발한다.
털털털.
녀석은 자세를 낮춘다.
제발 내려가라.
떨어져라.
날아라 사마귀!
삐딱하게 올린 한 발마저 내리고 여섯 발로 버티고 선다.
자세를 낮춘다.
미끄럽지 않은가?
날카로운 갈퀴를 이용해 최대한 용을 써본다.
자동차 보닛 위에 발이 들러붙었나 보다.
끈질긴 녀석.
사마귀 발은 거미 발인가?
녀석은 바람을 가르며
이글거리는 도로를 질주한다.
내 차에 무임승차해
도로 위에서 윈드서핑을 즐긴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줄 아는게지.
손바닥으로 훠이 훠이 마구 손짓을 했다.
알아듣는지 마는지
보는지 안 보는지 알 수 없다.
두툼한 유리창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으니
나의 손짓과 나의 언어가
녀석에게 닿지 않을 수도.
녀석은 바람과 차동차의 속도에 정신이 혼미하다.
거대한 몸이 바람에 휘날린다.
녀석의 몸통이 바람에 부푼다.
부풀어 커진다.
녀석이 거대해지자 나의 정신도 혼미해진다.
떨어져라 녀석아.
날아라 사마귀.
부앙~ 속도를 올린다.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린다.
날아라 사마귀, 떨어져라 사마귀.
시속 60킬로미터로 속도를 올리자
그제야 날아간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내 고운 얼굴에 철퍼덕 붙는 줄 알았다.
육식이라는데 폭력적이라는데 무섭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사마귀에 맞서 일전의 벌이는데
뒷뒷좌석에 앉은 달복이와 복실이는 재잘거린다.
달복이 왈, 엄마는 동물이랑 눈싸움을 잘해. 지난번에는 청설모랑 마주 서서 눈싸움을 했잖아. 이번에는 사마귀랑 눈싸움을 하네. 역시 우리 엄마야.
복실이 왈, 사마귀 발이 날카로운데 우리 차 긁히지 않을까?
여보 남편 자기야 우리 출근길에 사마귀 봤잖아,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어디 있었는데?
자동차 보닛 위에.
밖에 있는 사마귀가 도대체 왜 무서워?
아니 눈앞에 있는 사마귀가 왜 안 무서워? 나는 ‘쫄보’라서 무섭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