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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마리곰 Jun 01. 2020

내가 해외입양인들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마음

배냇과 함께 합니다.

무서운 편견.


옆집 용인이.

한 30년 전 쯤의 일이다. 용인이가 말썽부린다고 옆집아줌마가 소리소리를 지르고 아이를 혼내고 있던  날. 종종 있는 일이었는데 우리 엄마가 검지 손가락으로 입술을 누르며 쉿하는 포즈로 조용히 말했다.

 "걔가 데려다 키운 아이잖아."

 "누구? 용인이?옆집 용인이는 엄마 아빠가 낳은 아이가 아니야?그래서 말썽부리는 거야?"


어린 아이였던 나는 엄마의  말한마디에 그렇게 입양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옆집 용인이만 말썽 부린게 아니다.  용인이가 입양아라서 말썽피운게 아니고 애 키우다 보면 그럴 때가 있는 것 뿐인데. 그 옛날 우리 엄마는 난데없이 입양이랑 연결해서 옆집을 흉보는 말을 했던 거다.

 엄마가 낳아서 기른  내 동생들이 말썽을 피울 때면 그 순한  엄마 자신도 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소리지르며 쫓아다니고 야단치던 여러번 있었는데...  용인이는 입양아라서 말썽을 많이 부리고 옆집 엄마는 친엄마가 아니라서 아이를 혼낸  마냥 흉을 보았던 것이다. 


 우리는 종종 남 얘기를 그렇게 쉽게 하곤 했다. 선입견과 편견덩어리 모순덩어리들.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뱃속으로 낳은 아이나 마음으로 낳은 아이나. 아이를 온전히 키우는 것은 어렵고 힘든 일이라 많은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리고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의 힘만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온마을이 함께 기르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 또  공감한다.


 나는 작년 한 해 한국을 방문한 몇몇 해외입양인들을 만났다.   자신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한국에 방문한 사람들이었. 짧은 만남들 이었지만 잘 성장하여 인품의 향기가 있는 사람들이 었다. 영어도 잘 못하는 나는 특유의 아줌마력으로 금방 친구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해외입양인이 20만명이 되는 나라이다. 처음  해외입양을 시작할때 대한민국은 전쟁후 힘들고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지금은?

 나라가 출산장려정책을 펴고 온갖 방법을 궁리해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쪽에서는 해외입양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해외에서라도 부모를 찾아주고 가정에서 온전히 자라게 도와주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런데 왜?

그런 아름다운 부모를 찾으러 멀리 외국까지 가야하는가?

우리는 왜 아이들을 책임질 수 없는가? 이제는 꼭 외국이 더 잘 사는 나라  더 좋은 나라라서 보낸다고 할 수도 없는데 말이다. 


나는 평범한 집안에서 자랐고  현재도 아이 셋을 키우며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고 있는 40대 전업주부 아줌마이다.  입양당사자도 아니고 관련된 조직에서 일을 해 본 경험도 없다. 현재의 입양관련정책에 대해서도 과거 입양의 역사에 대해서도 일말의 관심을 가질 상황없이 평생을 살아 온 사람이다. 그러나 작년 한해 몇몇 해외입양인들을 만나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해외입양인구가 20만이나 되는 나라에 살면서 나는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지낸 것이 미안해졌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보려 한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지낸 대한민국의 그림자역사.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나와 우리 사회의 모순과 편견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전문가가 아닌 대한민국 평균치 정도되는 평범한 수준에서 알게된 이야기를 써보며 내 경험과 생각을 나와 같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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