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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이랑 Jun 18. 2020

인생, 참 잡초 같다.


 텃밭을 시작하면서, 정말 많은 잡초를 뽑았고, 여전히 뽑고 있다. 잡초를 뽑을 때 들을 수 있는 뽁 소리에 매료되어서, 안 뽑아도 되는 잡초까지 뽑곤 했다.

안으로 삭히면서 참아야 했던 게 많았던 것이었는지, 잡초를 뽑을 때 쓰게 되는 약간의 힘, 그리고 딸려 나오는 뿌리를 보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약간의 쾌감도 느끼게 된다.


사실 잡초를 뽑는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어야 한다. 작은 식물에게도 이름이 있고, 꽃을 피워서 씨앗을 날릴 권리가 있을 터인데, 그걸 사람이라는 절대 권력자가 마구잡이로 없애버리는 것이니, 나는 반성해야만 한다. 잡초라는 작은 식물을 애틋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그게 잘 안된다.


문득 몇 차례 내 주변을 휩쓸었던 감원의 바람이 생각났다. 대기업 오너에게, 직원들의 눈물 따윈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아주 살짝 약심의 가책을 느꼈을지 몰라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을 거다. 사람은 본디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니까.

아마도 또다시 감원의 바람은 불 테고, 언젠가는 그 바람에 쓸려나가는 게 나의 가족일지도 모른다. 지금 행복하지만, 사실은 이런저런 풍파에 벌벌 떠는 게 참 잡초 같다.  인생 참 잡초 같다.





잡초


뽑지 말아요.

흔들지 말아요.

나를 그냥 가만두세요.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흔들리며

버텨온 인생이에요.

당신의 쓸모도

그대가 원하는 향기도

나는 줄 수 없어요.

태어난 이유도 살아가는 까닭도

묻지 말아요.

허무하게 돌아갈 인생이지만

온 마음을 다해 지내왔어요.


뽑지 말아요.

흔들지 말아요.

그냥 스쳐 지나가세요.

가고 싶은 곳도 못가,

하고 싶은 일도 못해,

버텨온 인생이에요.

당신의 애원도

그대가 준다는 관심도

나는 필요 없어요.

내 안에 품어온 소중한 꿈들은

묻지 말아요

바람결에 모든 것을 날려버리고,

온 마음을 다해 웃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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