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 서울숲 코사이어티
기획 : verythings
주최 : Alloso
interior : 플랜테리어. 요즘에 떠오르는 인테리어 방식이라고 한다. 팝업 곳곳에는 식물들이 가구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가구라는 소품과 식물이 어우러지니 늘어지기 딱 좋은 집이나 다름없었다. LAZY라는 주제와 잘 맞는 인테리어 기획이었다.
알로소 팝업에 다녀왔다. 가구, 소파라는 어려운 소재를 LAZY라는 주제로 이렇게나 친근하고 감각적으로 소개할 수 있다니. 신선한 관점이었다. 전시를 즐기는 사람들의 얼굴도 한껏 나른해 보였고 알로소의 의도대로 착실히 소파에서 게으름을 누리고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좋은 공간에 왔구나 싶은 향기가 가장 먼저 반겨주었다. 킁킁 향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섯 종류 소파를 소개하는 공간을 마주한다.
소파 기능과 디자인이 돋보이게끔 컨셉을 잡아 전시해 두었는데 곳곳에 LAZY를 찾아내는 쏠쏠한 재미도 숨겨두었다. 소파는 직접 앉고 누우며 체험할 수 있는데 그게 또 묘미였다. 탄탄해 보이는 소파에 앉는 순간 가구들은 나를 품으며 말랑해진다. 이게 우리 집에 있다면 나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소파는 가구를 넘어 위로였고 격려였다.
알렉산드로 멘디니와 협업한 TUTTA(뚜따_이름 귀엽) 의자도 있었다. 대학교 때 멘디니를 자주 접했던 내게 그는 산업디자인의 교과서이자 중2 이후 묵혀둔 나의 팬심을 끌어올린 분이라 특히 반가웠다. 의자는 ‘역시 멘디니’라는 감탄이 나온 작품이었다. 기하학적 구조는 말할 것도 없이 예술이었다. 사람이 앉았을 때 일어나는 신체 변화에 알맞도록 등좌판의 기울기를 예민하게 설계했다는 말도 멘디니스러웠다. 역시 거장은 거장. 이러니 내가 안 좋아할 수 없지. 멘디니의 시선은 따뜻하고 친절하다. 그 마음이 뚜따에도 녹아들어 있어서 감사했다. 뚜따 공간 컨셉에 멘디니의 유명 작품인 아물레또, 안나G를 함께 전시해 둔 건 멘디니 팬들을 광광 울리고 말을 잃게 하는 디테일이었다.
다섯 가구들을 전부 살펴볼 때 즈음 체험존이 반겨주었다. 한쪽 벽면에 ‘게으름’과 관련된 문장 카드와 스티커가 촤륵 나열돼 있었고 그중에서 문장 카드 4개, 스티커 1개를 고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문구를 가져가면 소파를 만들고 남은 가죽끈으로 나만의 문장을 수집을 할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소파 가죽은 좋은 걸 선별해 쓴다는 걸 인지한 상태라 그 가죽을 조금이라도 소장할 수 있다는 게 난 좋았다. 대부분 전시는 보고, 체험하고, 나아가선 팜플렛이 손에 쥐어지는데 더 나아가 전시에서 말해온 물성을 소장할 수 있다는 건 하나의 특권 같았다. 벽면에 나열된 문장 카드들은 주옥같은 문장이 많았다. 내가 가져온 것 중 하나를 소개해 보고 싶다.
말하자면, 게으르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것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다.
물러났다가 세상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한가로이 거닐기, 남의 말 들어주기, 꿈꾸기, 글쓰기 따위처럼
사람들이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려진 순간에 깃들여 있다.
<<피에르 쌍소 _ 게으름의 즐거움>>
그래. 난 여기서 끝난 줄 알았어. 이것만 해도 참 좋았으니깐. 마지막 공간이 피날레를 찍었다. 이 팝업을 파티로 만들어준 순간이었다. 모닝빵 두 개를 소파 모양으로 만들어 드링크와 함께 음식을 즐기기 원한 모든 이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었다. 음식은 라운지로 들고나가 알로소에서 제작한 소파 위에서 즐기면 된다. 벽면에 소파 원단의 디테일한 소개도 놓치지 않았다. 소파 앞엔 작은 테이블이 하나씩 있다.
테이블엔 누워서 보는 안경, 게으름 관련된 책, 카우치 포테이토 지수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종이와 연필이 있었다. 소파에 누워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허락된 공간이었다. 모닝빵을 다 먹고 빵 패키지 바닥에 문구가 새겨져 있는 디테일에 또 한 번 치였다.
소파에서 잘 누렸다 싶을 때쯤이면 나가서 작은 가든 속에 전시된 소파를 스윽 둘러보고 떠나면 된다. 당시엔 가든에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돌아보니 식물을 느꼈던 순간이 있기에 전시를 포근하게 마무리했던 것 같다. 계속 선물이 주어지는 전시였다.
팝업을 경험하니 알로소, 그들의 홍보대로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와 고객이 같은 마음을 느끼는 브랜딩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는데 알로소 팝업은 그걸 느꼈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