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기획된 어벤져스 프로젝트는 영화 역사상 가장 비싼 프로젝트였고 이미 큰 성공을 이뤘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이제 막 개봉했지만 마블이 기획한 프로젝트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대성공의 방점을 찍을 영화라 확신한다. 사실 확신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미 성공이 보장된 영화이긴 하다만 그래도 11년간 개봉한 22편의 영화들을 총망라하며 퇴장하는 영화로서 그 위엄과 품위를 잃지 않고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낸 영화이기에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뜩 궁금해진다. 11년 전 마블의 기획팀은 어벤져스 프로젝트를 제작하며 이 정도의 성공을 예상했을까? 당시엔 별로 유명하지도 않았던 배우들은 언젠간 자기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월드스타가 될 것을 꿈꿨을까? 11년은 꽤 긴 시간이고 그 과정에서 복잡한 일들과 수많은 성공을 거쳐왔기에 답은 과거의 그들만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린 그저 그들이 세운 계획의 결과만을 마주 할 뿐이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11년 간 거쳐온 과거의 계획과 추억을 돌아본다. 이는 마블의 추억일 뿐만 아니라 관객의 추억이기도 하다. 이러한 플롯 구성과 기획은 관객의 완벽한 충성도를 담보로 하며 이 자체가 대성공한 프렌차이즈 영화의 특권과도 같은 연출 방식이다. 지금 눈 앞의 영화가 관객을 매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영화들이, 추억들이, 역사들이 관객을 이미 매혹시킨 상태에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게으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캐릭터의 매력은 극대화시켰고 프레임 밖의 사정으로 이별이 예정된(스포라고 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히어로들의 퇴장은 정중하게 배웅한다.
슬픔에 잠겨있던 영화의 전반부는 중반부의 회상을 거쳐 후반부엔 사랑과 미래를 기대한다. 그들은 그들이 제시한, 혹은 발견한 미래를 희망이라 말한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확신하지 못할 미래를 향해 내걷는 단 하나의 선택. 마블이 그리는 어벤져스의 도전은 그들 자신과 닮았다. 기획의 승리로 대성공을 마주한 마블 2.0이 제시하는 새로운 미래. 누군가는 같이 나아가고 누군가는 아니겠지만, 그동안 만들어준 즐거움과 추억에 감사하다. 3000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