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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Feb 08. 2019

정제된 낭만에 힐링은 싹 트지 않는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서울에서 고향으로 내려온 이유를 '배가 고파서'라고 말한다. 러닝타임 내내 플래시백으로 소환되는 혜원의 전사는 그닥 배가 고파 보이지 않는데 말이다. 편의점 알바를 병행하며 임용 준비를 하는 수험생, 남자친구는 임용에 붙고 자신은 떨어졌다. 물론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주변인들에게 전부 연락을 끊어버린 체 도망가듯 시골 고향으로 숨어버리기엔 이 인생은 너무 평범한 현대 20대 청춘의 모습이다. 그런 혜원은 마치 인생의 모든 풍파를 겪고 지친 부상병처럼 행동한다. 힐링의 첫번째 미덕은 침묵이다. 자질구레한 것까지 일일이 플래시백으로 일러바치는 영화에게 힐링 영화 타이틀은 과연 적절한가?


<리틀 포레스트>의 제작 목적은 분명하다. 이 영화는 수수한 인물, 포근한 시골, 정갈한 식사를 통해 세상에 지친 관객들을 힐링 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는 원작인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에서도 동일하다. 하지만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자신의 영화적 목표를 망각한 것처럼 보인다. 힐링만 수확하기엔 영화가 너무 맹탕인 것처럼 보였던 걸까? 연애담 한 스푼, 모녀의 가족애 한 스푼 크게 넣는다. 하지만 연애담엔 긴장감과 설레임이 빠졌고 가족애 스토리엔 애틋함이 빠져있다. 이 영화가 지향하는 것은 무공해 자연식이었겠지만 결과물은 닥터유 마크를 붙인 과자에 가깝다. 심지어 맛도 없다.


이 밍밍한 힐링 영화의 화면은 또 어떠한가. 수수함을 지향하는 영화라 해서 영상 연출마저 맹탕일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플롯과 인물의 대사들에 힘을 빼고 화면 연출에 땀을 흘려 힐링 영상을 수확했어야 했다. 영화의 정체성이 되는 음식들, 시골 풍경의 몽타주들은 인스타그램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임순례 감독에게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의 음식, 시골 이미지들을 보고 힐링이 되는 사람들은 그냥 SNS 이미지 검색을 해서 사진만 봐도 힐링이 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나마 SNS 사진들에 비해 강점이 있다면 피사체에 김태리, 류준열이라는 선남선녀가 껴있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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