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는 문제가 ‘있다’와 ‘없다’로 평가했다. 답을 내기 좋아하는 사회구조상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애매한 정의는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딱 떨어지는 배타적인 구조가 아니다. 문제가 발생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확률적 상황들이 조합되어야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러한 확률적인 가능성을 부각하기 위해 최근 문제를 리스크라는 단어로 바꿔 말하고 있다.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확률 모델이다.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 있다 없다 문제를 넘어 리스크가 실제 발현되었을 때의 피해 크기에 대해 함께 다룬다. 그래서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리스크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나서 정말 그것이 조직이 다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판단이 되었을 때 이야기해야 한다. 기본적인 리스크 평가 프레임은 아래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문제는 무엇인가?
문제가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얼마나 높은가? 어떤 것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는가?
문제가 실제로 일어나면 우리 조직에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가?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제약사항은 무엇인가?
그 제약사항은 물리적이나 상황적으로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사항인가?
제거하거나 완화할 수 없다면 대안은 있는가?
제거하거나 완화가 가능하다면 스스로 해결이 가능한가? 도움이 필요한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은 어렵지만 완화할 수는 있는 문제인가?
이 문제를 다른 사람과 의논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가?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는가?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잘 못 인식하여 불필요한 자원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위의 마지막 문제까지 도달했을 때 스스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이 되면 문제를 개방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모두와 공유 가능한 문제 목록(전문용어로 리스크 레지스터:risk register라고도 부른다) 정도로만 정리하고 관리하면 된다.
다른 사람과 협업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동일한 문제가 과거에 똑같거나 비슷한 형태로 일어났을 법하다면 해당 분야의 오랜 경력자, 전문가, 또는 권위자에게 물어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해결 방법을 아는데 조직 간의 입장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면 전체 권한을 총괄하고 최종 가치를 결정하는 상위 관리자 혹은 스폰서를 통해 권한 자에게 요청한다. 만약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어려워 고객들에게 불편을 줄만한 사항, 예를 들어 약속된 납기가 초과된다거나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 피해를 함께 입을 수 있는 고객과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고객들이 함께 고민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말이다.
결국 모든 과정들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의 일부이며, 소통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그동안은 소통 단계에서 조직의 형태나 문화가 걸림돌이 되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들이 많이 해소되었다. 그렇다고 나에게서 문제 해결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통 강화라는 환경이 더 좋아짐으로 인해서 문제 해결에 대한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는 것이다. 결국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고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제때 정확히 식별하여 문제를 개방하고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줄여서 한마디로 결론을 말할 수 있겠다.
“뭣이 중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