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용기

멍 때리기 대회가 말해주는 오늘의 삶

by 서하






서울의 한복판, 바쁘게 걷는 사람들 틈에서 요가매트 위에 조용히 앉아 허공을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눈을 감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멍'하니.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이 이상하고도 특별한 풍경은 바로 '멍 때리기 대회'라는 이름의 퍼포먼스에서 시작되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멈춘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들은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회?

2014년,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린 멍 때리기 대회는 참가자들이 정해진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장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눈을 감거나, 핸드폰을 만지거나, 말을 해도 안 된다. 단지 요가매트에 앉아, 조용히 있는 것. 심장 박동의 변화량을 측정해,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 우승자가 된다.

도심 한복판에서 멍하게 앉아 있는 사람들과 그 곁을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 사이의 시각적 대비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잘 쉬고 있는 걸까?"

왜 우리는 멍 때려야 할까

스마트폰의 알림 소리, 끊임없이 울리는 메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업무와 경쟁 속에서 우리는 멈추는 법을 잊고 살아간다.

멍 때리기 대회를 처음 기획한 사람들도 심각한 번아웃을 겪은 끝에 '멍 때리기'라는 새로운 휴식의 방식을 고안해 냈다.

그들은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회복이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혼자 멍 때릴 땐 죄책감, 함께 멍 때리면 위로

이 대회는 '혼자 쉬는 것'이 아닌 '함께 쉬는 것'을 지향한다. 5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경쟁 없이, 말도 없이, 그저 고요 속에 머무른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혼자 멍 때릴 땐 왠지 게으른 것 같았어요. 그런데 다 같이 하니까, 위로가 됐어요."

그 말은 곧 이 대회의 핵심을 보여준다. 정지의 시간은 죄가 아니라, 회복의 문화라는 것.

도시에서 펼쳐지는 조용한 저항

처음엔 '이상한 행사'로 여겨졌던 이 대회는 이제는 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문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한강 잠수교 아래 80팀이 모여 앉았다. 90분 동안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시간.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 것만으로 경쟁하는 사람들을 보며 지나가던 시민들도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일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쉼을 경험했어요." 한 참가자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멈춤이 곧 승리였다.

바쁜 도시 한가운데서 멍하니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적 메시지'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못했던 쉼의 시간을 이제는 조금씩 되찾자는 조용한 선언이다.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우리는 왜 멍 때리는 연습이 필요할까. 삶은 언제나 빠르게 흘러가고, 가끔은 그 흐름에 따라가기만 해도 숨이 찬다.

하지만 멍 때리기 대회는 말한다. "천천히 가도 괜찮아. 멈춰도 괜찮아."

그 시간 동안, 우리는 내면의 소음을 가라앉히고, 나 자신과 조용히 마주하게 된다. 디지털 과부하에 시달리는 시대에 이토록 아날로그적인 휴식이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가치

우리는 흔히 말한다. "시간은 소중하니까, 낭비하면 안 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다.

멍 때리기 대회는 우리에게 다시금 그 단순한 진리를 상기시켜 준다.

바쁨이 미덕이 된 사회에서 고요히 멈춰 서는 일은, 어쩌면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멍하니

당신의 마음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을 차 한잔과 함께 스스로에게 허락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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