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보이체크 멘탈리티>
<보이체크>라는 미완성 희곡이 있고, 희곡에 앞서 보이체크라는 실존 인물이 있다. 보이체크는 정신착란증, 지금으로 하면 조현병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괴로워하던 사람이었고 무대는 보이체크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나타냈다. (오디오는 히틀러 연설 같다.) 관객석 기준으로 무대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보이체크, 왼쪽 사람들이 보이체크가 마주하는 타인들의 집합체가 ‘시체 더미’처럼 쌓여있다.
보이체크는 아내를 죽여 공개처형을 당한 인물이다. 영화는 보이체크를 다룬 미완성 희곡 <보이체크>에 ‘멘탈리티’를 더해, 표현주의 연극으로 표현했다. 크게 보이체크의 머릿속 풍경과 실제 풍경으로 나뉘며, 머릿속 풍경이 너무 시끄럽고 혼란스러워서 실제(로 추정되는) 풍경이 나올 때 지나치게 적막하게 느껴져 슬펐다. 세상은 이렇게 고요한데, 보이체크의 안은 이렇게 시끄럽구나 싶어서.
연극을 다 보고 나니, 이 연극은 보이체크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관객에게 보여줄 뿐 보이체크의 살인을 정당화하고 싶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보이체크의 머릿속에서 아내는 돈을 위해 몸을 팔고 보이체크에게 함부로 하는 ‘미친 X'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늦은 밤 집에 오지 않는 보이체크를 기다리며 성경을 읽고 보이체크를 깊이 연민하는 인물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보이체크는 엄마의 유품인 반지를 마리를 죽이는 칼과 바꾸었을 때 자신의 영혼을 함께 판 셈이다.
연극을 보고 나서 보이체크와 비슷한 사건들이 여럿 떠올라 힘들었다. 살인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조현병 또한 살인의 근거는 아니다. 치료받았어야 할 사람들이 방치되고 외면당하지 않길 바란다. 보이체크의 내면 풍경을 보고 나서 ‘외면’과 ‘소외’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