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쉬어가며, 질문.

by 하이디어

내가 가장 잘하는 건 글쓰기라 생각했는데, 최근 생각해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 그다음으로 잘하는 것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인데, 어릴 때부터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자주 홀렸던 것 같아. '이야기'라고 강조한 이유는 내가 홀리는 건 서사를 어느 정도 갖춘 '이야기'이기 때문이야.


내가 연애로 힘들어할 때, 엄마가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 나.


엄마가 어릴 적 서울에 올라왔을 때, 그 마을에 예쁜 언니가 있었어. 그 언니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남자로 양반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언니 부모님이 결사 반대한 거야. 그 언니는 사랑 때문에 미쳐버렸대. 그래서 부모님은 이제 아무하고도 결혼을 못 시키겠다 싶어서, 남자를 찾아가서 언니의 맺힌 한을 풀어달라 했대. 그러면 좀 정신이 돌아올까 싶어서. 맺힌 한을 푼다는 게... 사실 은유로 야한 이야기 같아.

남자가 그 언니와 함께 하긴 했는데, 며칠 못 가 떠났다 하더라고.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어린 엄마는 그때의 언니를 본 거고, 예쁜 언니가 왜 약간은 이상한 행동을 했는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거지.


엄마는 내가 미쳐버릴까 봐 걱정된다면서, "널 보니 그 언니가 생각나는구나."싶었어. 당시 나의 상태가 어땠는지 예상이 가지?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에 나는 위로를 얻었어. 엄마가 나를 이야기로 위로해 주는 게 따뜻하게 받아들여졌지.


내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것도 사실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야.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하는 것도 좋아하니깐.


그런데 최근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많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은 내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아니, 있어도 나처럼 표현에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


나는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아주 뚝심 있게 뭔가를 이끌어나가, 큰 일을 이뤄내지도 않아. 별 거 아닌 잔재주를 몇 개 가졌지만, 금방 밑천이 드러나는 편이야. 그리고 자주 의문을 갖지. 이 일이 무슨 의미가 있지? 의미를 다시 찾아보면서 지금 멈춰있어.


내가 20대부터 지금까지 좋아했던 건 딱 세 가지야. 문학과 심리학과 남편.

(앞에 이야기했던 내가 미칠 뻔했던 건 남편 때문이 아니라, 뭐 이상한 놈 있었어.)

매일 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항상 좋아했어. 이 세 가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보면 돼.

그래서 [마음관찰자를 위한 심리학 쿠션]으로 심리학을 소개하기도 하고, 소설 같은 형식으로 쓰는 글도 있지.




2월, 빠르면 1월 말부터 다시 [마음관찰자를 위한 심리학 쿠션]을 쓰려하는데, 혹시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나 방식이 있음 댓글로 알려줘. 그 외에도 기대하는 바가 있음 알려줘. 응원의 메시지도 좋고.


당신의 한 마디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나는 내년에 출간될 다른 글부터 써야겠어. ㅎㅎ 기다려줘 ㅎㅎ

keyword
이전 07화[마음관찰] 홀 vs. 비네 vs. 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