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내 남편은 로또에 진심이다. 이건 진짜다. 그가 나의 남자친구이던 시절부터 그는 주 1회 로또를 구입하고 있었다. 아니, 그는 내 남자친구가 되기 이전부터 로또에 '일등당첨' 이라는 진심을 담아 소비행위를 하고 있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심리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교수님은 나중에 회사를 다니게 된다면 로또를 사야 한다고 가리키셨다. 그리고 덧붙여 로또는 꼭 월요일에 사야 한다고 했다. 사실 로또라는 것은, 확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는 행위라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는 고등교과 과정에서 확률이라는 파트를 지나쳐왔음에도 불구하고_ 그 확률이라는 것을 대강은 알고 있음에도_ 로또를 사야만 한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확률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절대 될 일이 없는 것을 알면서, 계산해보면 절대 맞을 리 없는 로또는 사는 것은 당첨을 위해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것을 매주 월요일에 사야 하는 이유는 바로 심리학에 있다고 했다. 그 로또 종이 한 장을 손에 꼭 쥐고 일주일 내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화가 날 때마다 상사가 날 괴롭힐 때마다 속으로 되뇌라고 가르쳐주셨다. ‘ 내가 이것만 되면....! ‘ 이것이 바로 심리학의 효과이고 우리가 심리학을 배우는 이유라고 내가 대학시절 교양수업으로 들은 심리학의 이해 - 송 관재 교수님이 알려주신 삶에 꼭 필요한 지식이자 내가 알게 된 지혜였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임박해서 사지 말고 월요일 점심시간에 사라고 알려주셨다. 그리고 토요일 당청번호 추첨 시간에는 절대 그것에 구애받지 말고 주말은 원 없이 신나게 놀아야 한다고 하셨다. 구매금액도 알려주셨다. 단 돈천원. 이유는 간단했다. 심리학적인 측면과 확률적인 측면을 고려해 연연하지 말아야 하며 열정을 쏟아부을 필요 없으니_ 단돈 천 원이면 일주일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셨다.
로또의 결과는 월요일 아침 출근해서 삶의 의욕이 없을 때 확인하는 것이며, 그때 그 순간의 짜릿한 희열을 느끼면 될 것이며_ 만약 당첨된다면, 바로 월요일부터 기분이 좋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일을 해야만 하는 삶의 원동력이자 이유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루틴을 지켜왔다. 내 일정표에는 월요일 - 로또구입이라는 스케줄이 자리 잡고 있었고 교수님 말씀대로 월요일 오전 출근 후 일을 어느 정도 처리하고 하고 이렇게 일개미처럼 살기 싫구나 - 싶을 때 당첨 여부를 확인했으며 점심을 먹고 근처 편의점이나 복권방을 찾아 로또를 구입하고 일주일의 활력을 나 자신에게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말씀하신 대로 주말은 미친 듯이 놀았다. 금요일 밤부터 술을 진탕 마시기도 했고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다면 카운터에서 결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동안 하고 싶다- 여겨오던 취미생활도 했으며 가고 싶다- 느껴본 곳은 문을 박차고 달려가 보았다. 한때는 미친듯이 음주가무를 즐기며 자양강장제인 바카스를 마셔가며 클럽에 가서 깔깔 웃으며 새벽의 기운을 맛보기도 하였다. 로또가 된다면 이 정도의 유흥비는 뭣도 아닐 테니 말이다.
하루는 지겨워도 일 년은 금세 가는 것 같다. 52주 동안 로또를 52장 이상을 구입하면서 적어도 매년 5등 그러니까 오만 원 정도는 한두 번 당첨되었으니 나는 본전은 속히 뽑아내고 있었다. 교수님 말씀 때로 매주 천 원 이상의 소비는 하지 않으려 했지만 가끔 꿈이 좋을 때면 이천 원도 사고 긁는 복권도 만 원어치 사기도 했지만 절대 사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던 대학교 2학년 2학기 심리학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던 그때 그 시절의 나는 교수님께서 알려주시는 로또 한 장이 주는 회사생활의 심리적인 안정감 - 그 의미가 완전히 와닿진 않았었다. 그런데 매일 같은 시간 지하철 열차시간과 분까지 확인하고 지각이다 / 아니다를 판가름할 수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_ 그리고 매일 반복되지만 하지 않을 수없는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 나아가면서_ 회사 건물 화단에 있는 꽃들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걸 보며 한 모금 기쁨을 느끼지만 그 또한 매년 같은 시기 같은 꽃들이 심어지는 걸 보던 나는 나의 심리를 이해시키고 안정시킬 로또를 찾게 되었다.
로또는 일주일에 천 원어치 / 월요일에 구입하는 것이며 / 당첨 여부 또한 월요일에 하는 것이 맞았다.
내가 만나고 있는 이 남자가 매주 로또를 꼭 산다는 것이다. 이런 필연이 어디 있겠는가 ? 나는 그 남자에게 매력을 더 느끼게 되었다. 나도 로또를 사야 하는데 같이 가자며 그는 로또를 사는 일이 대단한 것으로 그 시간을 쓰는 행위에 적극적이었고 특별한 시간으로 여기며 데이트의 한 부분으로 정점을 찍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만원 어치를 구입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에게 천 원어치만 사면된다고 말했더니 그는 그걸로는 당첨이 안된다고 대답한다. 만원 정도는 써줘야 뭐라도 된다면서 말이다. 우스웠다. 확률은 계산해봤냐며- 로또에 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만원을 쓰냐며- 심리학 수업에서 들었던 로또에 대하는 태도와 방향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결국 당첨되고 싶어서 사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 남자 매력 있네 ? 자신 확신에 확고하고 행하는 태도에 그만한 이유를 대고 있었다. 그는 확률상 맞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높일 요량으로 최소한 만원은 지르고 있다고 말했고 언젠간 꼭 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귀는 동안 그는 나와 달랐다. 월요일 근무 중에 로또 당첨번호를 확인하는 나와달리 그는 토요일 8시 이후 로또 당첨 지역을 검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지역이 자신이 로또를 구매한 곳이라면 들뜬마음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당첨지역 확인할 시간에 당첨번호나 맞춰보지 무슨 지역 검색씩이나 하는 거냐고 내가 말하자 그는 그것까지 맞춰보면 주말이 허무할지 모른다고 답했다.
안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심리적인 안정감까지 갖추며 나름의 확고한 신념으로 로또에 대하는 태도가 남달랐다. 한 번은 자신이 사는 화성에서 1등이 당첨되었다며 오늘 밤 별이 유난히 반짝이는 것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며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 행복감에 젖어 본인의 심리를 정화시키는 모습이 내겐 참 소년스럽도록 귀여웠다.
결혼을 한 후 내 남편은 여전히 로또에 당첨되리라 믿고 있다. 그의 태도와 바램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못할 정도로 진실되기에 나는 이 남자가 언젠간 로또에 당첨될 수밖에 없다고 믿게 되었다. 이 남자는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집을 사고 어떤 차를 살 것인지 야무지게 설계해 두었다. 로또가 된다면 무조건 저금을 하겠다는 내 계획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 모두가 로또를 구입했던 사람들이라고!
어쩌다 행운이라도 찾아오면 우연이라 여기지 말아야 한다. 꿈을 가진 사람에게 우연이란 결코 없으니까 말이다. 꿈을 향한 그 간절한 마음이 시들지 않는 한 언제든지 기적 같은 일은 벌어지게 되어있다. 마침내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꿈이란 바로 그런 것이다!
어느 날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사실 그 모든 행운은 남편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매주 로또를 사는 행위에 진심을 다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