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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May 03. 2022

안예쁜사람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안예쁜사람 뒷담화



은유 오백일이 다가와 꽃다발에 사치를 부려 사진을 찍어주려 꽃집을 찾았다. 몇분쯤 지나 날 맞이한 직원은 최선을 다했지만 그 꽃집 사장은 왜인지 지금 이순간 꽃집에 꽃을 사러 온 내가 싫었나보다.


그 사장의 연속적으로 쏘아붙이는 몇 마디에 주눅은 들었지만 중간에 끼어 오후 몇시쯤 다시 오실래요 ? 라고 멋쩍게 표정지으며 내게 다시 그 의사을 물어보는 직원에게 나는 빈말 일지언정 아니에요, 이따 다시 들를게요, 대신 “제가 알아서 안와도 될것 같네요” 라며 말로 웅덩이를 푹 파버리는 답을 하고 나와버렸다.


솔직히 정말 화가났다. 그 짧은 만남 속에 단 한번도 고이 말 걸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서오라는 인사 한마디 조차 없었고 어렵싸리 직원과 대화하는 와중에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내게 다짜고짜 안개는 비싸서 안가져왔다고 눈을 부릅뜨고 끼어 들더니 시종일관 뭐든 다 안된다고 내게 그말을 던져댔다.


사장인줄도 몰랐다. 수다떨고 있는 손님인줄 알았다. 옆에 친구와 시시콜콜한 잡답을 나누고 있었기에 내게 안개꽃에 대해 언급할때도 저 사람은 뭔데 갑자기 그말을 하는거지 ? 내게 말하는건가 ? 싶었다. 그리고 나서 살펴보니 꽃을 조물조물 만지고 있었기네 아- 손님이 아니었구나, 생각했을 뿐.



내가 대단한걸 사러갔나 ?

꽃집에 꽃 사러갔다.



엄청난걸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저 한뭉치의 꽃만 사고 나올 생각이었다.



딱딱하고 뽀쪽하게 날이 선 그 말로 그렇게도 꽂아대면서 본인은 자신의 가게에 놀러 온 친구랑 계속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문화센터강의가 어쩌니 뭣터니, 그런이야기 _

그렇게 사근사근 친구와는 수다를 떨다가 나에게는 삐죽뽀족 잘도 목청을 높혔다. 보통은 친구에게 편하게 대하고 손님에게 살갑도록 가식이라도 떨지 않나 ?


정말 속상하다. 그 사장의 말투를 들은 이가 내곁에 없어서. 말투야 상관없다 치더라도 내가 꽃을 굳이 꼭 사지 못하게 끔 하는 그 행동이 참 화가 났다. 그래, 내가 그렇게 크고 비싼 꽃 사러간거 아니고 손바닥만한거 구매하려 해서 별로였다고_ 그게 너무 싫었다고 밖에_ 결론이 나지 않는다.


업체정보에 외부강사, 꽃사입으로 오픈시간이 탄력적이라고 적혀있던 그 꽃가게는 사실 열어있는 꼴을 본적이 별로 없었다. 지나가다 볼때면 아주 잠시 열었다가 이내 곧 닫히기가 일수였다. 그래도 그 가게의 예쁜 로고덕에 나는 감각있는 사람이 운영하겠거니 생각해 왔고 언젠간 꽃을 산다면 저곳에서 한번 사볼까 고려하다 구지 찾아간 그날이었다.


그런데 어쩜,

문만 열어놓고 반기지는 않더니 ,


내가 아줌마꼴로 머리 질끈 묶고 맨날천날 신는 뽀글이 신발 질찔끌며 아기를 안고 가서 무시당한건가, 하는_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외부강사일로 돈이 잘 벌리나보다. 나처럼 어쩌다 가끔 기분낼겸 꽃을 사는 사람에겐 격을 차릴 여유가 없을만큼 바쁘신가 보다. 신기하게도 보통의 사람들은 매일 꽃을 사지도 않고 가끔 가다 꽃다발을 이따금씩 받는데도 말이다.


그냥 나는 단 한순간 잠시 상처를 받았을 뿐인데 그 밑에서 배우면서 손님사이에 늘 낑겨있을 멋쩍었던 직원만 참으로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해대며 오지랖을 부려봤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아줌마가 되어 이토록 무시당했다고 다짜고짜 우울함을 토했다. 아니 화냈다. 꽃집의 위치를 물어 언급하던 앵기맨이 거기는 원래 그런다며_ 전화문의상으로도 싸가지가 느껴지던 가게라 자신은 결코 가지 않았다고 이제야 알려주었다. 그리고 친절하고 정성스레 꽃을 파는 제대로된 가게 정보를 알려주었다.


내게 꽃다발을 사올때 애용하던 곳 이라면서 말이다.


나한테만 그런게 아니었다. 자주 드나들지도 않던 동네 맘카페에 들어가 쑤셔보고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니 그냥 그집 사장은 원래 그런사람인가보다. 다들 안가고 만다는데 친구와 수다떨던 그 외부강의는 아주 잘된다고 하니 그게 더 신기할 따름이다.





열받아서 뒷담화 좀 써댔다.

그 향기로운 꽃들 속에 하루종일 싸여 있으면서 참 안예쁜 사람이구나- 싶었다. 


왜 민박집 회장이었던 효리언니가 그러지 않았던가 ? 

이 좋은 제주도에 살면서 마음이 지옥인 사람도 많이 있다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는냐가 - 

주어진 하루동안 무엇을 해야하는 것 보다 무척 중한 것인데 말이다.



#어쨋든거기가지마

#지나갈때마다째려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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