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은유가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머리띠를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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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앓아 누웠다.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수공예용품을 봄날의 너를 기록해 주려고 까불거리며 챙겨 나간것이 화근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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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즈음 판매를 시작한다는 안내에 알람까지 맞춰놓고 클릭질을 해댄 댓가로 내손안에 들어 온 은유의 머리띠였다. 누가봐도 한번의 지출로 오래도록 쓰일 수 있었고 어여쁘기 까지 한 이 화관머리띠를 위한 소비는 현명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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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것이 작은 은유에게는 사실 아직은 좀 큰 감이 있었기에 고이 모셔두었다가 봄이 온 따뜻한 날씨에 팔랑팔랑 들고 나갔다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렸다. 없어졌다는 걸 알고 뛰 댕기며 수소문을 해봤지만 봤다는 사람도, 분실물이 신고되었다는 그 어떤 안내도 없다 하였다. 내 머리속엔 어여쁜 머리띠 뿐이었는데 앵기맨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다시 사면 되지 않냐, 그게 얼마짜린데 이러느냐의 그의 말에 가격따위가 문제가 아니라며_ 사고싶어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_ 엉엉거렸다. 집에 돌아와 돌아다녔던 경로를 되짚고 기억을 상기시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용주사에 전화를 걸었다. 제발 혹시라도 하얀 꽃모양인데 리본끈이 달린 아기머리띠를 찾게된다면 내게 꼭 좀 연락 좀 달라고 사정사정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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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감히 절에 전화를 걸어 부탁하는 자신의 아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앵기맨은 별나다고 해대며 헛웃음을 쳤지만, 난 희망을 가져보았다. 이전에도 은유의 튤립망토를 잃어버렸을때 다녀온 카페에 문의 했더니 결국 물통과 함께 찾지 않았느냐고 따져대며 아기물건은 그 귀여운맛에 누구라도 찾아주고 싶어할 거라고 따박대는 내게 그는 예뻐서 그냥 가져갔을 수도 있다며_ 이제 그만 잊으라는 말을 맞받아치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편이었다.
다음번에 또 판매자분이 만들어서 혹여나 팔기라도 한다면야 알람을 또 맞춰놔야 하나, 지금 이 기분을 어떻게 떨쳐내야 하나, 잃어버린자의 복잡함에 난 그저 다 포기하고 침대에 드러누워버렸다.
그리고 이런 심정을 아이가진 육아맘 림림에게 톡질로 깊고 깊은 한을 풀어냈고, 공감으로 얻은 그 다독거림에 그만 징징거림을 그치고 탈탈 털고 일어난 늦은 오후. 갑자기 그날의 붉은 석양과 함께 전화벨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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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나란인간이 이렇게 종이장 뒤집듯 세상이 달라보이는 사람이었다. 아니 그보다 나를 ‘보살님’이라고 지칭해 주시는 그 목소리마져 찬란하게 느껴졌다. 모든이들이 착해보이고 세상만사가 다 귀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특이한 모양이라 사무실로 찾아 들어갔다는 그 말에 : 거봐라- 절에오시는 분들 다 극락도 갈만큼 착해빠지셨다고, 탐욕도 없으시고, 내것 귀하듯 남의 것도 그리 여기시는 분들이라고, 갑자기 두손 모아 합장하고 목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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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번을 물건 잃어버리고
쏘다니는 저희부부 반성하고 정신똑바로 챙길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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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애기데리고 나가면 정신사나워서 자꾸 잃어버리는것 같아요. 저 원래 술쳐묵하고 토해도 지갑한번 안 잃어버리고 집에 잘 찾아들어가던 녀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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