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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히 라 Mar 21. 2023

까치발과 함구증

기록하는 기억 ㅣ 엄마는 육아 중 ♪

별거아닌 까치발과 선택적 함구증



오여사님은 까치발에 대해 잘 모르는지 이번에 내려갔을때 은유가 뒷꿈치를 올려 걸을때마다 그 모습을 보고 왜 저런모양으로 걷는걸 좋아하냐며 저런 아기 처음본다며 신기해했다. 며칠을 지켜보던 오여사님이 이내 저래도 되는거냐는 물음을 내게 물어왔고 나는 선뜻, 그리고 빠르게 그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냥 나는 내엄마에게 손녀의 행동에 대해 : 예민한 아기들이 가끔 저러는거 같더라고 ~ 라며 말을 흐려버렸다.


그 흐린말에 오여사님은 내 표정을 살피더니 너무 예민한것도 안좋은데_ 라고 말하면서 조금 고쳐보라는 조언과 함께 그렇게 은유의 까치발이 유독 유난스러운 것임을 단번에 느끼신거만 같았다. (귀신같은 오여사)



그렇긴해도, 사실 은유를 바라보면 특별히 문제 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필터를 끼고 ‘나만의 아기천재’로 여기고 있을뿐 ㅋ

그래서 나는 까치발을 좋아하는 은유를 받아들여 그때마다 은유가 발뒷꿈치를 들고 있음을 인지 시켜주기로 작정하였다. 자신도 모르게 하는 행동과 / 하고 있음을 깨우치는 것 그리고 알고 하는건 분명 다르다고 결론지었기 때문이다.


나를 닮아 너무 예민해서 발전체가 닿는게 불편한 건지, 암튼 발 전체로 잘 디딜 수 있으면서 이따금씩 보이는 그 행동에 대해 나는 부정적 의미보다는 그 습관을 내엄마 말대로 고쳐보기로 마음먹었다.


실은 그 전부터 그렇게 언제부턴가 은유앞에서 발레를 하는 행동을 보이며 발을 들고 다리를 올리면서 ‘까치발 놀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어릴때 선택적 함구증을 오래 앓았다. 그때 엄마는 그것을 병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우리딸 말잘하는데 그냥 어디가면 하기 싫을뿐, 그렇게 문제 없는 아이라고 말해왔다. 엄마의 굳은 마음과 달리 나는 어쩌다 일주일을 시골에 내려갈때면 그 기간 내내 입을 꾹 다물고 엄마아빠 외에는 그 누구하고도 말하지 않았다. 어느날부터 그러는 날 이상하게 여기던 친척분이 넌 말을 못하냐? 라던가 말한마디 하는걸 못봤다- 라던가 너도 말을 할줄 아냐는 언급을 계속 받을 때에도 엄마는 애가 하고 싶은 말도 없고 꼭 해야 할 말의 필요도 못 느껴 안하는거지 ‘못’하는게 아니라고 날 지켜주었다. 그렇게 남들은 심각히 보는 내 행동을 오여사님은 별거 아닌일로 취급하며 그저 기다려줬다.


그때 나는 해야할 말을 하기보다 하고싶은 말만 적어내던 아이였다.



내가 선택적 함구증이 생긴 이유는 이제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원인을 짐작해 볼 순 있겠지만 그 당시 그 어린 나는 몰랐다.


아무튼 어쨋든 그런 쿨한 엄마 덕이었을 것이다. 어느날 나는 모두에게 말문을 틔었고, 

지금은 세상 누구보다 말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있다.




은유에게 까치발이 내 함구증와 같을지 모를일이다.


하지만 난 은유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오여사님처럼 믿고 기다려주고 별거아닌, 

지나가는 가벼운 한때의 일로 치부할 예정이다.



그리고 그저 예민한 까치발 소녀 은유가 그렇게 걷는게 재밌어서 하는 ‘개구쟁이 짓’임을 믿는다.



#그래도발레연습

#까치발그거

#별거아냐


#다딛딜수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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