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층간소음 때문에 인터폰이 울린다. 받기가 싫어 그 화면을 째려봤다. 우리 아이는 아직 12kg을 조금 넘었을 뿐이고 아빠가 샤워하고 나오는 그 순간 / 아주 그 잠깐의 시간, 그 찰나동안 거실에서 안방으로 한걸음에 뛰어갔을 뿐이다. 그런데 인터폰이 울렸다. 처음엔, 시끄럽다는 그 말에_ 그리고 아이가 뛰는 소리가 크다는 아랫집의 말에 죄송하는 말로 응대했었다. 아니 맨 처음엔 그동안 시끄러워도 참았다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고맙게 여기며 활발한 아이라 안 그래도 걱정되었다며 이른 시간과 늦은 저녁에는 주의하고 있으니 너그러이 봐달라며 바카스 한 박스를 아주 그냥 갖다 바쳤었다.
그런데 그렇게 처음부터 저자세로 나온 것이 그들에게 덜미가 잡힌 것인지, 아니면 바카스를 몇 박스나 더 마셔대고 싶은 건지 자꾸 연락이 온다. 같은 자리에서 10분 동안 뛰어댄 것도 아니고 1시간 넘게 아이가 사방팔방 돌아다닌 적도 없다. 그냥 순간적으로 아이를 말릴 틈이나 뛰지 말라는 말을 하기엔 아주 잠깐, 그 순간적인 그 찰나의 몇 발자국이라도 뛰었다면 무조건 그 즉시 그 순간에 그렇게도 연락이 온다. 이러니 주말아침이면 환장하겠다.
층간소음은 그 소리 때문에 괴로울만할 때 그 정의가 성립된다. 나는 윗집의 남자아이 둘이 그렇게 활발이 팡팡 거려도 그냥 그려려니 한다. 그러니 이것은 소음의 데시벨 문제가 아니라 아랫집에 사는 사람의 생각의 문제일 수 있다. 소음이 들리는 그 시각이 밤이 아닌 낮이고, 그 소리가 나에게 신경 쓰이게 할 정도로 한동안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면 나는 참는 편이다. 아니 솔직히 시끄러워도 그냥 그러려니 한다. 무엇보다 참기 힘들더라도 난 그냥 두는 편이다. 저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는 얼마나 힘들까 싶고, 어찌나 전전긍긍하고 있을지 그 마음이 아주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아랫집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몇 발자국을 언제 뛸지 귀를 대고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어쩌면 청진기를 사놓고 천장에 매달아 뒀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미치겠다. 내 삶의 질이 그들 때문에 나빠졌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뭐 이 정도를 가지고 인터폰을 울리고 난리인가 싶다.
그들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차라리 우리가 나가야겠다 싶어 주말 내내 밖으로 싸돌아 다녀도 봤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가 ? 편안해야 할 내 집이 전혀 그렇지 못하고 그들에게서 연락이 올까 아이를 한 곳에 묶어두고 있는 꼴이 너무 화통을 일으킨다.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 것이 편하지 못한 상황이 되었다. 집에 들어가 쉬려고 해도 짜증이 나는 꼴이 되었다. 요즘세상에 내집장만하기 어렵다고 해도 1주택만은 꼭 이뤄내고 싶은 마음에 그래도 우리가 기필코 돈 주고 산 '우리 집'이 우리 집이 아닌 것만 같았다.
아이 없이 부부 둘이 산다고 했다. 그리 젊은 부부 같진 않은데 아기를 낳지 않기로 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아이를 안 키워봤으니 전혀 내 마음을 이해할리도 없고 우리 아이가 얼마나 조용한 편인지 알지도 못하는 거 같다. 내 딸은 저녁 8시면 잠이 든다. 그렇게 계속 수면교육을 해왔다. 나는 적어도 질 좋고 긴 수면의 시간을 내 아이에게 주고 싶어 그렇게 하고 있다. 아이가 저녁 8시가 되기도 전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하는 그런 조용한 집이 어디있으며 밥은 오죽 느리게 먹어 아침마다 식탁에 앉아만 있는 시간이 1시간이 넘는 아이이다.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는지 공동생활의 배려를 모르는 것 같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살아야 할 곳에서 나는 그들을 배려해 최대한 소음을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그들은 내 마음을 오죽 시끄럽게 해댄다.
분명 아파트에 처음 살아보나 보다. 그 정도 소음에 그렇게도 예민하게 구시니 말이다.
그들 때문에 돈 주고 산 내 집에 들어오기 싫다.
층간소음 가해자가 무조건 위층일리가 없다.
단 몇 발자국 걷는 것만으로도 시끄럽다고 하는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 궁금한 이야기Y에 나온 걸 본 적이 있다. 우리 아랫집 사람들도 그런 걸까, 부부 둘이 똑같이 소머즈라도 되는 걸까.
내가 위층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단 몇 발자국이라도 내 딸이 뛴 건 맞으니
죄송하다고 해야 하나 보다.
그래도 얼굴 붉히고 문제를 크게 만들기 싫어 꾹꾹 참고 지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그리고 지난 주말 메시지를 받았다.
매일 아침 여섯 시 반에 댁의 남편분이 움직이는 소리가 자신들의 잠을 깨운다고 말이다. 주말에도 7시 반이면 일어나시는 거 같은데 쉬는 입장에서 매번 잠이 깰 정도라고 한다. 이젠 내 집에서 걸어 다니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 남편이 출근준비하며 걷는 그 몇 발자국이 아랫집 부부의 귀가에 아주 쿵쿵 거리나 보다. 바로 옆에 있는 나는 남편이 일어나 준비하는 줄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는데 말이다. 혹시나 싶어 데이벨측정 어플을 깔아 남편의 발걸음 소리를 확인해 보았다. 20 데시벨 정도였다. 그 소리가 콘크리트 벽을 뚫고 그들의 잠을 깨운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진짜로 그들은 우리가 우리 집에서 걷지도 말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래도 남편은 싸우진 말자고 한다. 모양새가 어쨌든 우리가 위층이라는 이유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마트에 다녀오면 문소리로, 그 물건을 놓는 것으로, 아이가 들어오면 그 소리로, 티비를 켜면 그것마저 연락 오는 아주 예민한 아랫집들이 존재했다.
공동주택이다. 그리고 생활소음은 존재한다. 그들은 그 기본적인 것을 모른다. 아니 그리고 내 남편의 출근준비 발자국이 그들의 귀에 들어가는 게 더 신기할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들 집에 사는 것도 아닌데 우리 집에서 그들의 눈치를 보며 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그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만 생활소음을 겨우 내며 살아가라고 하고 있다.
다음에 인터폰이 울리면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그리고 제발 데시벨 측정을 부탁드리고 층간소음에 문제가 없는 데시벨은 이 정도라고 알려주면서 앞으로 그 이상의 소리가 한시간 이상 지속적일 때만 인터폰을 울릴 수 있다고 아주 정확하고도 친절하게 경고할 테다. 그러니까 너희는 사람을 잘못 건들였다. 이제껏 배려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가족이 그동안 문제시 되지도 않을 생활소음을 겨우내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법적기준에 맞춰 딱 그 정도까지는 낼 수 있는 소음까지는 기필코 아주 끝까지 내면서 살아줄 테니 말이다 !!!!
+ 윗집은 밤열시가 넘어서도, 주말의 이른 시간에도 쿵쿵 무언가를 박아대고 무언가를 쾅쾅 계속 내리 찧기도 한다. 나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한 시간 넘게 소리 나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매일 있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_ 우리 집은 윗집에서 오는 소음은 참아내고 아랫집에서 해대는 예민성을 그냥 다 받아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