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새로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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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짐을 싸고 있는 순자. 그다지 챙겨 갈 물건이 많지 않은 듯. 가방을 무릎에 놓은 채 생각에 잠긴다. 순자의 뒤에서는, 엄마가 낡은 이불을 손보기 위해 바늘에 실을 꿰려 애쓰지만 눈이 침침한지 실은 계속 바늘의 구멍을 벗어난다. 뒤를 돌아 엄마를 바라보는 순자. 일어서지 않고 방바닥에 엉덩이를 끌고 엄마 쪽으로 움직인다.
순자
엄마. 줘 봐.
엄마
괜찮아. 원래 한두 번은 실패하다가
쏙 들어가는 거야.
순자
줘!
엄마에게서 바늘과 실을 빼앗아 실을 바늘구멍에 한 번에 넣는 순자.
순자
무슨 한두 번이야. 내가 아까 짐 싸기 전부터
헤매고 있었거든.
엄마 아무 말하지 않고 등을 보인 채, 낡은 이불을 꿰매고 있다.
엄마
그나저나 네 이모가 하는 일은 너도 할 수
있는 일인 거야?
걔(이모)가 하는 일이 똘똘하지 못해서.
(한숨)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이렇게
바로 서울로 가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순자
이모가 이제 막 졸업한 내 또래 친구들도
많다고 했어.
그 아이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 할까.
엄마
네가 뭐든 잘하는 건, 엄마도 아는데.
나이 먹어도 힘든 게 사람 상대하는
일이야. 공부를 좀 해서 원하는 수의과에
가는 건...
갑자기 엄마의 뒤로 와 엄마를 안아 주는 순자. 엄마 바늘에 찔릴까. 놀랜다. 엄마를 더 꼭 끌어안은 순자.
엄마
조심해. 지금 바늘 잡고 있어. 찔리면
어쩌려고.
순자
엄마. 나 괜찮아. 나도 돈도 좀 벌어서,
여유롭게 공부하고 싶어.
이 시골구석도 좀 벗어나 보고.(웃음)
내가 계획 잘 세워놨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 순자를 바라보지 않고 말없이 다시 이불을 꿰매고 있다. 순자 엄마를 바라보다가 마루로 나간다. 순자가 마루로 나가자, 고개를 돌려 순자를 바라보는 엄마.
#Cut to
마루에 나오자 집 마당이 훤히 보이고, 순자가 마루 기둥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본다. 어두운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순자의 표정이 기대감에 차 있다. 별 사이로 Title 등장.
순자가 커다랗고 무거운 보따리 하나를 들고 차에서 내린다. 보따리에는 엄마가 싸준 오미자 차가 가득 들어있다. 보따리를 바닥에 내려놓은 순자는 주변을 둘러본다. 도시와 사람들 모두 잿빛이지만, 순자의 표정만큼은 오색찬란하게 밝다. 벅찬 표정의 순자.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순자. 크게 숨을 들이쉰다.
그때 순자를 향해 달려오는 여성 한 명. 이모다.
이모
순자야!
와락 순자를 안아주는 이모.
담배를 태우며 거칠 게 운전하는 이모. 순자의 보따리를 바라본다.
이모
이건 뭐야? 누가 이걸 다 먹는다고,
(투덜대며) 언니는 무슨 오미자차를
이렇게 많이 보내왔어.
순자
외삼촌한테도 드릴 거거든요.
이모
그 인간한테 이 귀한 걸 왜 줘!?
내가 다 먹을 거야. 그 인간 주지 마.
신호 대기 담배를 끄고 순자를 바라보는 이모.
이모
순자야. 아무튼 잘 왔어.
자고로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고 했어.
너. 어렵게 구한 자리니까. 잘해야 한다.
알았지!?
이모와 순자 활짝 웃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순자
네. 저 잘할 수 있어요.
신호가 바뀌고 이모가 힘껏 액셀을 밟자, 강한 엔진음을 내며 차가 앞으로 치고 나간다. 자동차에서 연기가 나오고 화면 연기와 디졸브 되어 암전.
까만 화면에 순자의 기침 소리와 함께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 계속 울린다. 딸깍 하는 통화 연결 음과 함께 소리치는 남성.
고객 1 남성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랬잖아.
전화하지 마! (뚝.)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딸깍하는 통화 연결 음. 재빠르게 말을 건네는 순자.
순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여기는 포유통신입니다.
고객 2 여성
해지해주세요.
순자
고객님. 해지는 해드릴 건데요.
결합 상품을 한 번 들어 보시면....
고객 2 여성
해지해주세요.
저 지금 바빠요.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순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해지 요청하셔서 전화드렸어요.
고객 3 남성
아 그러셨구나.
순자
어떤 것 때문에 해지를 하시려는지
알려주시면, 제가 다른 상품으로의
변경도 도와 드리겠습니다.
고객 3 남성
음. 제가 해지 안 하면 인센티브
얼마 받아요?
순자
그런 질문에 제가 답변을
드릴 수는 없고요.
고객님 해지나 변경이 가능한
상품에 대해서만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고객 3 남성
궁금한데. 나 때문에 먹고사는
거잖아요.
다시 전화벨이 울리고 다른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순자
안녕하세요. 고객님.
고객 4 남성
하. 목소리가. 조금 더.
순자
네 뭐라고요? 고객님.
고객 4 남성
하. 그러니까. (탁, 탁, 탁)
수화기 너머, 불쾌한 소리가 들려온다.
순자
(약간 화가 난 목소리) 고객님.
지금 통화는 법적으로 문제가...
고객 4 남성
더, 더 더요.
순자
(흥분하며 큰소리친다.)... 이런
삐~~? 삐~~?(심한 욕설로 추정)야.
고객 4 남성
(변태적인 한숨) 아.. 아... 아...
너무 좋아.
벽에 부딪히는 전화기의 파손 음이 크게 들린다. (뚜, 뚜, 뚜~~ 사운드 페이드 아웃)
다크서클이 짓게 내려앉은 순자의 얼굴이 보인다. 퀭한 눈으로 초점 없이 앞을 주시하고 있다. 그때 한 남자(상철)가 뒤돌아 서 있고 고개를 돌려 순자를 바라보며 웃는다. (환상적인 음악) 상철이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발걸음으로 순자 쪽으로 다가온다. 멍하니 상철을 바라보는 순자. 순자의 앞에 다가온 상철이 몸을 돌려 순자의 옆에 앉는다.
상철
순자씨. 힘들죠? 이야기 다 들었습니다.
상철 느끼하게 순자를 바라보며 얼굴을 순자 코앞에가져다 댄다.
상철
삐?... 아! 박력 있는 욕 한 바가지.
순자씨의 그 단단함. 그 박력.
순자씨는 이런 곳에서 인생을 낭비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예전부터 순자씨의 그 단단함을
알아봤습니다.
순자 상철이 멋있어 보인다. 상철은 회사에서 인기가 많은 남자 사원 중 한 명이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살짝 미소를 띠며 상철을 바라보는 순자.
상철이 자신을 구원해 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상철
순자씨. 저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향해
떠나시는 건 어떨까요?
#순자의 판타지
애틋하게 상철을 바라보는 순자 두발이 땅에서 서서히 떠오른다.
상철
순자씨 우리 훨훨 날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떠나보아요!
우하하~~~~!!
순자
(홀린 듯) 좋아요. 우리 함께 떠나요!
젖과 꿀이 흐르는 세상으로!
상철의 발도 서서히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오른다. 순자와 상철 허공에 떠 서로의 손을 잡고 애틋하게 바라본다. 음악이 흐르고 다시 두 발을 땅에 데고 춤을 추는 상철과 순자.
패러디
라라랜드 - 언덕에 올라 춤을 추는 시퀀스
신나게 춤을 추던 두 사람. 음악이 천천히 흐르자, 다시 하늘로 떠오른다. 구름 위로 천천히 날아간 두 사람 꼭 부둥켜안은 채 서로의 입술을 마주치려는 순간.
갑자기 천둥소리가 치고 먹구름이 몰려온다. 얼굴을 찡그리는 상철과 순자. 갑자기 상철이 손을 버둥대며 안고 있던 순자를 놓친다.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철을 속절없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순자. 상철의 비명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다시 천둥 번개가 치고 순자 천둥이 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더욱 가까워지는 먹구름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른다.
순자
(당황하고 두려워하며) 악!
그때 검은 먹구름이 순자의 주위를 에워싸고 천둥소리와 함께 순자도 비명을 지르며 수직으로 낙하한다. 버둥대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자. '악~~~!!' '우르르 쾅쾅!'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