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히어로!

2화 쉬운 인생은 없다

by 맹구

이 이야기는 영화 시나리오로 작업한 글입니다. 안타깝게도 영화 시장의 위축과 동물영화의 기피로 인해, 영화로 제작되지 못하여 글을 통해 독자분들과 먼저 만나기를 희망하며 연재를 시작합니다.


사건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주인공이 유기동물을 구조하며 벌어집니다. 다양한 동물 가족들과 함께하는 인물들의 사연과 동물을 구조하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서사로 이루어졌습니다.


모쪼록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시간, 즐거운 독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작가 맹구(복운석) 올림


이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습니다.

(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2화 - 쉬운 인생은 없다

(위 이미지는 챗지피티의 생성형 Ai 이미지입니다.)


검은 먹구름 사이사이로 수직 낙하하는 순자가 비명을 지른다.


순자

악! 악!!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소리가 들린다.

번쩍이는 번개에 순자의 얼굴이 번뜩인다.



06. 학원, 강의실. 낮


순자의 꿈속의 천둥소리와 칠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디졸브. 졸고 있던 순자가 놀라 눈을 번쩍 뜬다.


자막 - 몇 년 후


강사

지금 잠이 옵니까? 잠이 와요?

여러분들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지금 눈 감고 있으면 앞으로 평생 깜깜한 미래가

여러분들을 기다린다고요. (숨을 고르고)

자! 정신 차리고 다 같이 따라 해 봅시다.


강의실을 꽉 채운 공시생들. 마이크를 든 강사가 영어 암기법을 가르친다. 가장 앞줄에 앉은 순자, 졸음에서 깨, 강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강사

spect - inspect - expect – suspect…

이게 입에서 줄줄줄 흘러나와야 해요.

여러분 다시, 다시, 다시.


강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팔을 휘저으며 과한 액션으로 학생들에게 단어를 읽게 한다. 점점 소리 내서발음하는 공시생들. 커다란 소리가 강의실을 메우고, 순자, 자신의 옆자리를 슬쩍 바라본다. 비어있는 옆자리.




07. 식당. 저녁


긴 줄을 서 있는 순자, 식권을 세어본다, 식권이 몇 장 안 남았다. 식권 함에 식권을 넣고 순자가 식판에 밥을 담는데


영양사

오늘은 혼자 왔네요? 맛있게 드세요.

순자

네. 감사합니다.


자리를 잡고 앉는 순자. 눈을 지그시 감더니.


순자

(중얼중얼) spect - inspect - expect – suspect.


그때 식당으로 들어오는 상철(순자의 동거남 31세 남). 콜센터 근무 때와는 확연히 다른 꼬질꼬질한 모습을 하고 있는 상철. 순자를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온다. 상철의 웃음소리에 눈을 떠 상철을 바라본다.


순자

왜, 오전 강의에 안 들어왔어?

상철

자기야. 괜찮아, 다 들었던 거야.

순자

저녁에 인강(인터넷 강의) 들어도 돼?

상철

그럼! 당연하지. 비밀번호 알지? 순자야, 식권 좀.


순자, 식권 한 장을 내민다. 상철, 손으로 식당 문 쪽을 가리킨다. 후줄근한 공시생 둘이 어색하게 웃으며 상철을 건너다보고 있다. 멀리서 순자에게 인사를 하는 공시생들. 순자,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식권 두 장을 더 내민다. 식권을 받아 순자에게 윙크하는 상철, 동료 공시생들에게 다가간다. 상철은 공시생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며 허세를 부린다.


상철

자, 우리는 잘 먹어야 돼.

공시친구 1, 2

감사합니다. 형.

상철

뭐 이런 거 가지고 (웃음)


상철에게 받은 식권을 보며 행복해하는 공시생들.

멀리, 식사하는 순자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08. 원룸. 밤


인터넷으로 고양이 사료를 주문하는 순자. 최저가로 검색해서 사료를 고른다. 인터넷 뱅킹으로 송금한 후, 핸드폰으로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자. 잔액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공시생 친구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오는 상철. 공시생들의 손에는 맥주캔과 안주가 든 비닐봉지가 들려져 있다. 상철, 순자를 바라본다.


상철

어. 아직 안 나갔어?

공시친구 1

형수님 죄송합니다.

상철

괜찮아, 괜찮아, 빨리 들어와.

(순자를 눈치를 보며) 빨리 마시고,

우리 또 공부하러 가야지.


순자, 외투를 걸쳐 입고 가방을 챙긴다.


공시친구 2

형수님 그러지 말고 같이 먹어요.

순자

아니에요, 괜찮아요.

상철

야, 야, 공시 1년 차에 술 먹으면 안 돼.

지금 더 열심히 공부해야지.

순자야, 공부 잘하고 와. 화이링~!!


상철은 눈치 없이 순자에게 윙크를 하고, 순자는 원룸 밖으로 나간다. 뻘쭘해하는 공시생들. 상철은 매우 편안한 자세로 바닥에 앉는다.


상철

뭐 해? 앉아, 앉아.

거기 맥주 줘.




09. 골목. 밤


고시촌의 어두운 골목, 다닥다닥 붙은 다세대 주택에 어둠이 깊게 깔려있고, 요란스러운 상철과 공시생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골목에 퍼진다.




10. 원룸. 밤


술에 취한 공시생 1이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온다, 거하게 취해 있는 상태다. 얼큰하게 취한 상철과 공시생들 앞에는 빈 맥주 캔들이 찌그러져 있다.


공시친구 1

형, 여기 화장실 너무 큰 거 아니에요?

문 찾다가 못 나오는 줄 알았어.

상철

뭔 소리야? 좁아터져 죽겠는데…

공시친구 2

여기는 엄청 큰 거 에요, 형.

내 방은 침대에서 딱 이렇게 서잖아.

(공시친구 2 술을 먹다 바닥에서 일어나

행동을 하며 보여준다.)

그럼 바로 일어나서 소변볼 수 있다니까.

여기는 펜트하우스다, 펜트하우스.

(공시친구 1을 바라보며)

너 아까, 화장실 갈 때도

화장실 못 찾았지?

공시친구 1

봤냐? 나 화장실 찾는 거.

공시친구 2

어, 너 많이 헤매더라.(웃음)

상철

그러니까, 우리는 시험에 꼭 합격해야 하는 거야!

알겠지? 좁아터진 세상 부셔버리자! 자, 짠.


짠!! 짠!!! 짠!!!!




11. 카페. 늦은 밤


낡은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는 순자, 소음을 없애기 위해 문제집 몇 권을 노트북 밑에 받쳐놓고 있다. 드문드문한 손님들.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순자에게 다가와 말을 걸지만, 듣지 못하는 순자. 아르바이트생, 순자의 어깨를 두드리자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아르바이트생을 바라보는 순자.


알바

저… 손님 이제 마감 시간인데요.

순자

아, 네.


순자, 노트북을 챙기고… 상철에게 문자를 보낸다.


순자

‘문자 - 나 지금 집에 갈 거야.’




12. 원룸. 밤


전기장판과 두꺼운 이불이 바닥에 깔려있다. 순자, 눈을 감은 채 누워있다. 피곤해 보인다. 상철, 책상에 앉아 책을 펴 놓은 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핸드폰으로는 부동산(신혼집)을 검색 중이다.


순자

오빠. 통장 잔고, 얼마나 남았어?

상철

시험 전까지 쓸 만큼은 남겨뒀어.

순자

그래도 괜찮아? 제발 정신 좀 차려.

상철

(자신감이 넘친다) 걱정 마, 아주 느낌이 좋아.

이번에 합격하면 어머니 찾아뵙자.

순자

술 먹어서 좋은 거 아니고?


핸드폰 속 아파트 이미지를 바라보며 좋아하는 상철. 순자를 바라본다.


상철

(핸드폰을 바라보며) 순자야.

순자

응?

상철

만약에 우리 신혼집에 방 3개가 있어.

그럼 그 방들을 어떻게 꾸밀래?

순자

(누워서 원룸을 쓱 둘러본다) 방이 3개나 있어?

상철

소박하지만 3개로 시작하는 거지.


#순자의 판타지 1

고개를 돌려 자신의 원룸을 둘러보는 순자. 좁은 원룸에 부엌 싱크대가 눈에 들어온다. 갑자기 부엌 쪽에 불이 밝혀지며 부엌에서 행복하게 요리를 하는 순자가 보인다.


순자

음, 일단 부엌이 넓었으면 좋겠다.

냉장고 안도 가득 차 있고.


냉장고 문을 열자, 먹을 것들이 가득 차 있다. 즐거운 표정의 순자.


#순자의 판타지 2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자, 칙칙한 벽지에 눈이 멈춘다. 칙칙한 벽지가 환해지며, 넓은 거실의 편안한 의자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자가 보인다.


순자

하얀 벽에 연한 나무색이 들어가서

편안했으면 좋겠고…


#순자의 판타지 3

다시 주위를 둘러보던 순자, 너저분한 책장에 눈이 꽂힌다.

책장이 환해지면서, 넓은 서재에서 만화책을 보며 키득거리는 순자가 보인다.


순자

종일 빈둥댈 수 있는 서재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즐거운 상상에 행복해하던 순자, 고개를 들고 상철을 바라보자,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철. 순자, 다시 한번 원룸 안을 둘러본다. 다시 어둡고 칙칙한 현실 속 원룸. 대자로 누워있는 순자의 시선에 캄캄한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허리를 세워 앉은 순자가 옅은 한숨을 뱉는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