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4장

천국과 지옥

by 하이진

코스모스 4장 ‘천국과 지옥’을 읽으면서 막 흥미롭지는 않았다.
인상적인 인간사가 없어서인 것 같기도 하고… 음, 그렇군.
그래도 뭔가는 써야 할 것 같아, 쥐어짜 보기로 했다.


윌리엄 허긴스라는 천문학자가 혜성의 꼬리에서
청산가리 같은 시안화물을 형성하는 분자 조각을 발견했다.


그리고 1910년.
우리 역사로는 참 아팠던 그 해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축제처럼 느껴지는 종말의 머리기사가 실려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크로니클〉, 1910년 5월 15일.

혜성이 오자, 남편이 개과천선.

뉴욕은 지금 혜성 파티로 벅적.


로스앤젤레스의 〈이그재미너〉

혜성이 뿌린 청산가리 맡아보셨나요?

전 인류, 공짜 독가스 목욕을 앞두다.

야단 법석 예상 중.


이 와중에 ‘혜성을 이기는 알약’과 ‘방독 마스크’를 파는
수단 좋은 장사꾼 이야기가 제일 감동을 주었다.
나도 사막에서 패딩 점퍼를 파는 장사의 신이 되고 싶다.
수줍음이 많으니, 우황청심환이라도 먹고 용기를 내야 하나.


이야기는 바로 금성으로 건너갔다.
칼 세이건의 표현을 빌리자면, 금성은 ‘몹쓸 세상’이었다.
이 표현이 왜 그렇게 웃기는지.


타오르는 대지.
뭉개버릴 듯한 압력.
각종 맹독성 기체.
살기가 느껴지는 오싹한 붉은 기운.


그 몹쓸 풍경을 상상하다가,
뜬금없이 ‘이븐(Even)하게 구운 쥐포’가 떠올랐다.

압력에 납작하게 눌린 채,
뜨거운 열기에 익어가는 쥐포.

디즈니 만화 속 납작해진 캐릭터처럼,
금성에서의 생명이란 그런 형색일지도 모르겠다.


아, 지구는 생명체에게 천국이었구나.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줄 알았다.
이렇게 눌러앉아 잘 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런데 그 에덴동산을
우리가 지옥으로 가꾸어 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발전과 진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활동이
지구를 금성의 ‘몹쓸 환경’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어 답답했다.


뜨거운 열기에 이븐 하게 익어가는 나를 상상하다가,

일단, 올해는 새 옷을 사지 말자.
지옥으로 가는 길에 예쁜 옷은 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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