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5장

설거지를 하며 궁리해 본,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by 하이진

일요일 점심, 라면 한 그릇을 비우고 설거지를 하며 이런저런 궁리를 했다. 방금 읽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제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의 잔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핑크빛 하늘을 가진 화성. 그곳을 향한 인류의 무수한 시도와 성과,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생명체에 대한 수수께끼들.


1980년대에 이미 그 정도의 성과를 냈다면, 2026년 현재의 기술은 대체 어디까지 와 있는 걸까? 일론 머스크가 호기롭게 외치는 화성 이주 계획이 그저 허황된 소설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 역시 화성 탐사 뉴스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화성에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가진 주식의 향방이 궁금해서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이유 때문이지만 말이다.


관련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몇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기술은 정점에 다다랐고, 누군가는 이미 붉은 행성에 깃발을 꽂을 준비를 마친 시대.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영화 속 디스토피아의 풍경—가난과 질병에 신음하며 누런 대기 아래 남겨진 지구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우리는 왜 그토록 화성을 알고 싶어 하는 걸까? 인류의 '백업'을 위해서? 아니면 우주의 광대함 앞에서 겸손을 배우기 위해서? 지구에서도 겸손해질 기회는 널려 있는데, 굳이 그 먼 곳까지 가야 하는 걸까. 누군가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그저 천문학적인 돈과 에너지가 드는 거대한 호기심의 분출은 아닐까.


'칼 형님'(6장까지 읽으니 왠지 친밀감이 생겨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은 참으로 낭만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다. 물론 그 역시 수많은 고뇌를 거쳤겠지만, 그의 문장에는 특유의 긍정이 흐른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형님, 뉴스 안 보세요? 요즘 각자도생이라 힘들어요."


나는 화성이 궁금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이웃 나라에도, 심지어 옆집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잘 모른다. 같은 종끼리도 화합하지 못해 총칼을 겨누는 인류가 외계의 지성체를 만나서 대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칼 형님은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설령 그것이 미생물일지라도 화성은 화성인들에게 맡겨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생명이 없더라도 화성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흔히 '미래 인류에게 돌아갈 혜택'을 말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인간의 이익'만 있다. 미지의 영역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는 행위가 코스모스 전체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는데도, 인류는 지나치게 용감하다. 화성을 '지구화(Terraforming)'하겠다는 꿈은, 과거 새로운 대륙을 발견해 '문명화'하겠다며 원주민의 삶을 파괴했던 제국주의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나는 항상 파괴되는 것들에 마음이 간다.


칼 형님도 지적했듯, 인간은 아는 대로 보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착시의 동물이다.


- 우리는 오직 우리의 모습만큼만 상상하고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명체가 그곳에 살고 있지는 않을까?


- 우리와 같은 분자로 이루어졌더라도, 전혀 다른 생존의 법칙을 따르는 존재가 있지는 않을까?


고향인 지구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우리가 과연 화성을 지킬 수 있을까? 인류에게 '백업'이 필요한 상태까지 오게 된 그 근본적인 원인은 외면한 채, 새로운 행성으로 도망칠 궁리만 하는 것은 아닌지.


방랑하고, 정복하고, 파괴하며 적응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 본능이라면, 이 또한 우주가 설계한 피할 수 없는 굴레일지도 모르겠다.


바이킹호가 전송한 화성의 지평선 사진을 보았다. 끝없이 이어진 누런 대기와 자갈밭. 지구의 사막 어딘가에서 본 듯한 익숙한 풍경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분홍색 하늘'이었다. (실제 사진에서는 먼지 때문에 누렇게 보이지만, 칼 형님은 그것이 분홍빛이라고 말한다.)


"이웃 행성에 지성을 갖춘 존재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보다 더 인간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없지 않겠는가?"


그가 말한 설렘의 정체가 궁금하다. 자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파헤칠 준비가 된 인간과, 그곳에 실존할지도 모를 지성체가 정말 공존할 수 있을까? 화성에 관한 장을 덮으며 기분이 착잡해진 건, 아마도 사진 속 화성의 대기가 내가 꿈꾸는 미래보다 훨씬 더 흐릿하고 황량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코스모스 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