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형님의 조잘거림이 들리는 밤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에 우주의 바다에 진수되었다.... 별들 사이의 광막한 바다를 영원히 떠돌아다녀야 할 새로운 운명이 보이저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태양권 계면을 벗어난 보이저 2호는 성간 우주의 어디를 방문하고 있을까? 별가루를 헤치며 그저 항해를 이어가고 있을까? 그곳은 우리가 상상하는 절대 고독의 어둠일까, 아니면 태양계의 경계를 넘으며 마주한 이름 모를 성간 입자들이 빚어내는 몽환적인 환상 속일까? 끊긴 줄 알았던 이 여행자로부터 어느 날 소식이 온다면, 우리는 어떤 말을 듣게 될까? 마음속에 품고 살던 첫사랑으로부터 예상치 못한 메시지를 받은, 어쩐지 그립고 달콤한 기분이 될 것 같다. 물론, 우리의 칼 형님은 광분하겠지만.
코스모스의 6장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15세기 초 대항해 시대를 연상시켰다. 이 시기를 통해 인류가 지구 전체를 인식하게 된 것처럼 우주를 인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우주를 인식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대지의 끝을 헤아릴 수 없던 지구가 어느새 지구촌이 된 것처럼, 이 광활한 우주도 어느 날 우주촌이 되어 있을까? 지구라는 영토가 '지구촌'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까지 인류는 무수한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제 막 성간 우주로 첫발을 뗸 인류가 '우주촌'이라는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은 무엇일까. 그 과정이 부디 덜 무겁고, 조금만 아프기를 기도해 본다.
칼 형님은 목성과 토성의 기압이 어떻고 구름층이 어떻다며 한참을 신나서 떠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지겨운 대목도 있었지만, 그 눈동자가 너무 반짝거려 차마 말을 끊을 수 없었다. 마치 자기가 본 신기한 세상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 하는 아이 같달까. 조잘대는 아이의 목소리를 건성으로 듣다가도 문득 느껴지는 흐뭇함을, 칼 형님에게 느끼게 될 줄이야.
그리고 그 시대 학자들과 성직자들의 갑갑함을 크리스티나 대공비에게 늘어놓는 갈릴레이.
그가 종교 재판을 받고 이단으로 단죄받는 걸 보면서 겁을 먹은 [다른 말로는 조용히 살고 싶은] 데카르트.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도 몸을 사리고, 하루하루는 그냥 그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먼 곳의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라 내 이웃 같은 기분이 들어 정겨웠다. 운 좋게 네덜란드 사람이라 시대적 제약을 받지 않고 마음껏 할 말 하며 살 수 있었던 크리스티안 하위헌스, 그대가 승자구나. 그리고 승자다운 업적들을 많이도 남겼구나.
지나가는 렘브란트를 만나고, 베르메르의 작업실 한쪽에 놓여 있을 카메라와 그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 밀고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았을 화가의 시선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동인도 회사를 세워 교역을 하며 빛나는 세기를 누리고 있던 네덜란드와 그 이면을 생각했다.
코스모스는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지만, 먼 우주로 나아가는 보이저호를 따라가기보다 내 발은 늘 땅 밑을 디디고 있는 것 같다. 이곳의 이야기, 여기의 사람들.
다중우주론이나 다차원 이론의 가설처럼, 저 멀리 다른 지구에서 나와 같은 사람이 그들의 태양계를 벗어난 그들의 보이저호를 생각하며 이런 글을 쓰고 있다면 참 즐거울 것 같다.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라서일까. 묘한 흥분을 일으키는 6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