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3장

케플러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by 하이진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어제는 하늘을 재더니,
오늘 나는 어둠을 재고 있다.
나는 뜻을 하늘로 뻗쳤지만, 육신은 땅에 남는구나."


요하네스 케플러가 평생을 바쳐 추구한 목표는
행성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천상의 조화를 밝히는 일이었다.


[코스모스] 3장은 케플러에서 뉴턴으로 연결되는 지적 계보를 다룬다.

선구자의 집념이 후세로 이어지며,
우주의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는 광경은 참 감동적이다.

하지만, 나는 행성 운동 법칙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건 케플러가 어련히 잘했겠지?”
내 관심은 당연히 케플러라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천재 과학자도, 먹고사는 건 팍팍했다.


위대한 천문학자도 하루하루는 고되고 구질구질했다.
공부를 잘해서 부유한 집안의 상속녀와 결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남편의 가난하고 불안정한 직업을 대놓고 경멸했다고 한다.

결혼 왜 했어… 취향이었나…
알다가도 모르겠다.


집 안 공기가 늘 그렇게 불편했을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부디 매 순간이 그렇진 않았기를,
49번의 불편함이 있었다면 51번의 평안은 섞여 있었기를 몰래 빌어본다.


황실에서 일할 때, 아내는 조금은 허리를 펴고 다녔을까?
시골 촌놈이 처음 황실에 입성했을 때 받았을 경멸과 비웃음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사회생활은 늘 녹록지 않다.
그래도 실력이 깡패라고

튀코 브라헤의 뒤를 이어 황실 수학자가 되었다.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해.


자본주의자(?)의 마음을 울린, 숭고한 고생.


인간의 이성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평생을 갈아 넣은 케플러.

하지만 뼛속까지 속물적인 나라는 인간은
그의 숭고한 이상에 압도되기보다,
먼저 그의 ‘고생’이 마음에 걸렸다.

“저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조금만 더 풍요롭게 살다 가지!”

신은 전부를 주지는 않는구나.


브라헤 형님, 성급하게 욕해서 죄송합니다.


잠깐 등장한 브라헤를 처음엔 욕했다.
성질은 더럽고, 정치는 복잡하고,
자기 학문에 대한 집착은 또 얼마나 강한지.

그런데 실력 하나는 진짜였다.
결국 케플러에게 자리를 넘겨준 걸 보면
학자의 양심은 살아 있었나 보다.

성급하게 욕해서 미안합니다, 브라헤 형님.


타원이 뭐길래?


다시 케플러로 돌아오면,
그의 사고방식은 정말 파격적이다.

‘타원’이 뭐 대수냐 싶겠지만,
그 시절에는 신의 완전함을 부정하는 듯한,
꽤나 위험한 개념이었다.

마녀사냥이 판치고,
신앙이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던 시대.

그럼에도
신념을 유연하게 바꿀 줄 알았던 그 부드러움이 참 멋있다.

행성 궤도에 음계를 붙여 하모니를 떠올리는 낭만이라니.

나 빼고 다 낭만적이야.


마음을 울렸던 그의 목소리로 감상을 마무리해볼까 한다.


“나의 책을 누가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단 한 사람의 독자를 만나기까지 100년을 기다린다고 해도
서운하지 않을 것이다.
신께서도 당신을 증거 할 이를 만나기까지
6000년을 기다리지 않으셨던가.”


물질적인 보상만 따지던 속물인 나와 달리,
그는 우주의 비밀을 엿본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은 사람 같았다.

위대함이란 이런 게 아닐까.

케플러 형님,
우주 저편에서는 부디 아내분과 화목하게,
맛있는 거 많이 드시며 평안하게 쉬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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