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는 네가 찾고, 대가는 우리가 치르고
회사가 발칵 뒤집히진 않았다.
다만, 못마땅한 공기가 경비실 주변을 무겁게 감돌았을 뿐이다.
미간에 깊은 골을 판 채 "이래서 짐승은..."이라며 혀를 차는 김 이사님과,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표정의 이 주임.
그리고 그 모든 풍파의 중심에서 세상 무너진 표정으로 서 있는 경비 아저씨가 있을 뿐이었다.
“내가...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삼계탕 나올 때 닭다리 하나는 꼭 챙겨줬는데!”
아저씨의 통탄이 경비실에 울려 퍼졌다.
진돗개의 전설적인 충성심은 다 옛말인 걸까.
이해할 수 없는 진돌이의 ‘견생 역전’ 돌발행동에 아저씨와 이 주임은 집단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명색이 회사의 마스코트였던 녀석이 목줄을 끊고 자유를 찾아 떠났다는 소식에,
사원 식당 옆 흡연 구역에서는 이런 말들이 오갔다.
“부럽네, 진돌이 녀석.”
“나도 그 줄 끊고 같이 뛰쳐나가고 싶다.”
“아이고, 나도 처자식만 아니면 저 뒤 산 너머로 달리는 건데.”
“자유가 나를 부르네... 멍멍!”
부러움 반, 한탄 반. 진돌이는 졸지에 전 사원의 ‘워너비’가 되었다.
‘사춘기인가. 집 나가봐야 고생인데... 그걸 모르는 진돌아, 어디 가서 진돗개라고 하지 마라.’
마음 같아서는 당장 산을 타고 싶지만,
회사라는 거대한 목줄에 묶인 아저씨와 이 주임은 감히 추격전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 아저씨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이 주임, 시간 되면 진돌이 전단지 좀 만들어 줄 수 있나?”
“예, 아저씨. 야근할 때 몰래 후다닥 만들게요.”
“아이고, 미안하네. 회사 일도 바쁜데 이런 잡일까지 시켜서.”
“아니에요. 그런데 그 녀석... 돌아올까요? 길은 알겠죠?”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무거운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번 ‘근무지 이탈’ 사건으로 진돌이의 사내 입지는 위태로워졌다.
아무리 회장님 댁 귀한 자제(개)라지만, 이건 실드 쳐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일 더 커지기 전에 제발 네 발로 기어 들어와라...’
이 주임은 자신의 간절한 텔레파시가 부디 진돌이에게 닿기를 바라며,
키보드 위에 놓인 손가락을 전투적으로 움직였다.
진돌이의 인상착의를 적어 내려가는 그의 등 뒤로,
오늘도 어김없이 야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