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돌이 이야기 9

진동하는 자유의 냄새

by 하이진

무작정 달리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꼬리를 살랑이며 뒤를 돌아보았지만, 늘 보던 회사의 파란색 철문은커녕 낯익은 전신주 하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다시 되짚어 집으로 갈까?'


짧은 고민 끝에 나는 힘차게 고개를 저었다. 빳빳하게 선 내 귀 끝을 스치는 이 생경한 공기가, 내 혈관 속에 잠자고 있던 위대한 진돗개의 모험심을 사정없이 들쑤셨기 때문이다. 나는 비장하게 앞발을 내디뎠다. 비록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비 한 마리를 쫓아 뱅글뱅글 돌던 처지였지만, 지금의 나는 엄연한 '야생의 탐험가'였다.


회사의 공기는 늘 뻔했다. 코끝을 찌르는 서늘한 금속 냄새, 발바닥에 서걱거리는 회색 먼지, 그리고 사람들의 인공적인 향수와 씁쓸한 커피 냄새. 그것은 안전하지만 지루한, '길들여진' 냄새였다.


하지만 이곳, 담장 밖의 자유에는 날것 그대로의 냄새가 폭발하고 있었다.


젖은 흙의 눅눅한 향기, 누군가의 발에 짓밟혀 비명을 지르는 부러진 풀 줄기, 어제 어느 집 담벼락에 버려진 고등어 뼈의 비릿함, 그리고 영역을 표시하고 간 이름 모를 개의 대담하고도 무례한 소변 냄새.


냄새가 너무 많아 코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나는 무엇부터 감상해야 할지 몰라, 마치 뷔페에 온 강아지처럼 의식의 흐름을 따라 코를 킁킁거리며 갈지자로 걸었다.


나는 고개를 낮추고 땅바닥에 코를 박은 채 천천히 훑었다. 이곳은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누가 이 길을 지났는지(아마도 성격 급한 택배 기사님), 언제 지났는지(해치지 않은 온기가 남아 있는 걸 보니 10분 전쯤), 무슨 마음으로 지나갔는지(떨어뜨린 빵 부스러기에서 느껴지는 급박함!)가 바닥에 점자처럼 빼곡히 기록되어 있었다.


회사의 매끄러운 에폭시 바닥에서는 절대로 읽을 수 없던 '자유의 서사'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향기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쿰쿰하고, 비리고, 때로는 코가 시큼할 정도로 강렬했다. 하지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세상은 눈으로 보기 전에, 코로 읽는 법이라는 것을.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아무도 나를 향해 "진돌아, 안 돼!"라고 소리치지 않는 곳. "손!"이라며 귀찮게 굴지 않는 곳. 처음으로 내 발은, 인간의 목줄이 아닌 내가 정한 호기심의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담벼락 아래 핀 이름 모를 꽃에 코를 박자, 노란 꽃가루가 코끝에 묻어 재채기가 나왔다. "에취!" 소리가 골목에 크게 울려 퍼졌다. 깜짝 놀라 펄쩍 뛰어올랐지만, 이내 나는 당당하게 꼬리를 치켜세웠다.


자유의 냄새는 조금 두렵지만 견딜 수 없이 설레는, 비 온 뒤의 진한 흙냄새를 닮아 있었다. 나는 다시 코를 킁킁거리며 저 멀리서 풍겨오는 '수상하고 맛있는 냄새'를 향해 용맹하게 전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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