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골목에나 지배자는 있다.
수상하고 맛있는 냄새를 따라 골목 깊숙이 들어섰을 때였다.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위대한 진돗개의 직감이 속삭였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나는 앞발을 허공에 멈춘 채 고개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담벼락 위, 햇살이 부서지는 명당자리에 그가 있었다. 짙은 호랑이 무늬에 한쪽 귀가 살짝 잘린, 이 골목의 진정한 지배자. 사람들은 그를 ‘나비’라 부를지 몰라도, 내 코가 읽어낸 그의 이름은 ‘백 번의 전투를 치른 묘신(猫神)’이었다.
그는 미동도 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꼬리를 바짝 세우고 가슴을 꼿꼿이 폈다. 비록 방금 전까지 쓰레기봉투 옆에서 꼬리를 흔들며 냄새를 맡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나도 늑대의 후예로서 위엄을 지켜야 했다.
“크르릉…”
나는 나지막하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사실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공명 때문에 그렇게 들린 것이라 믿기로 했다.) 이건 영역에 대한 예의이자, 탐험가로서 던지는 도전장이었다.
그런데 웬걸, 고양이 대장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는 대신 아주 길고 여유롭게 하품을 했다. ‘아아암—’ 소리가 골목에 나른하게 퍼졌다. 그러더니 솜방망이 같은 앞발로 자기 귀 뒤를 슥슥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건… 무시인가? 아니면 고도의 심리전인가?’
나는 당황했다. 회사에서 만났던 부장님도 내가 짖으면 적어도 깜짝 놀라는 시늉은 해주셨는데, 이 고양이는 나라는 존재가 마치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되는 양 태평했다. 나는 더 진지해지기로 했다. 다리를 넓게 벌리고, 코 주위에 주름을 잔뜩 잡아 ‘험상궂은 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고양이 대장이 귀찮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더니, 담벼락 아래로 툭 하고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말라비틀어진 멸치 대가리 하나였다.
나는 얼어붙었다.
‘이건 대체 무슨 의미지? 나를 매수하려는 건가? 아니면 이것만 먹고 떨어지라는 모욕인가?’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 멸치 대가리에 코를 가져다 댔다. 킁킁. 음, 냄새를 보니 시장 앞 건어물 가게에서 흘러나온 것이 분명했다. 꽤나 고급스러운 풍미였다. 고개를 들어 담벼락 위를 보니, 고양이 대장은 이미 다시 눈을 감고 낮잠에 빠져 있었다.
마치 “애송아, 배고파 보이는데 그거라도 먹고 가라”라고 말하는 듯한 뒤태였다.
나는 한참 동안 그와 멸치 대가리를 번갈아 보다가, 결국 꼬리를 살랑이며 멸치를 조심스레 입에 물었다.
‘음, 역시 모험가는 현지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는 법이지.’
나는 다시 용맹하게, 하지만 입안의 멸치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다음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뒤통수에 대고 고양이 대장이 비웃는 듯한 ‘야옹’ 소리를 낸 것 같았지만, 나는 못 들은 척했다. 위대한 진돗개는 사소한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법이니까.
오늘도 내 발자국은 내가 정한 방향으로, 그리고 맛있는 멸치 냄새가 이끄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