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이야기 11

훈련소의 짙은 그림자

by 하이진

‘입질만 아니면 된다. 제발 사람만 물지 마라.’


진돌이가 밖에서 벌일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이 주임은 몸서리를 쳤다. 그러다가도 녀석이 어디서 밥은 얻어먹고 다니는지, 골목 터주대감한테 얻어맞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주임, 그러다 땅 꺼지겠다.”


지나가던 김 이사님의 한마디에 이 주임은 얼굴 근육을 억지로 끌어올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진돌이 들어오면 바로 훈련소 입소다. 나쁜 버릇은 초기에 잡아야지. 괜찮은 곳 좀 알아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이 주임은 ‘개들의 일타강사’가 있을 법한 훈련소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화면에는 ‘반려견 행동 교정’, ‘입질 전문’, ‘문제견 집중 케어’, ‘공격성 제로 프로젝트’ 같은 비장한 문구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가격표를 본 순간, 이 주임의 숨이 턱 막혔다.


‘이건 뭐 훈련이 아니라 해외 유학 수준인데?’


현실과 타협하기로 했다. 기준을 조금 낮추고 후기를 읽어 내려갔다.


“처음엔 입질이 심했는데 지금은 아이처럼 순해졌어요.”


“훈련사 선생님 말씀이 보호자 교육이 더 중요하대요.”


‘잠깐, 보호자 교육?’


누가 보호자지? 사료 주는 아저씨? 전단지 만드는 나? 아니면 결재권자인 김 이사님? 다음 훈련소 소개란에는 ‘합숙 훈련’, ‘격리 교육’, ‘강도 높은 리더십 교육’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진돌아, 축하한다. 나보다 리더십 교육을 먼저 받네.’


이 주임은 문득 상상했다. 진돌이가 훈련소에서 다른 문제견들과 수군거리는 장면을.


“야, 거긴 아무도 산책을 안 시켜줘. 이럴 거면 왜 데려왔대?”


진정 환경이 문제인데 진돌이만 훈련시킨다고 될 일일까. 입마개를 팽개치고 홀연히 떠난 녀석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그래도... 훈련소는 가야겠지, 진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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