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9장

별들의 삶과 죽음 - 자외선 차단제를 챙기는 별의 아이들

by 하이진

우주에는 수없이 아름다운 존재들이 살아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빛과 어둠처럼,

서로의 대척점에서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초신성과 블랙홀이라 부른다.


초신성은 햇살 같은 다정함과 눈부신 광휘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것은 찬란한 폭발이자 비장한 최후였다.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남기고 싶었던 생명을

사랑이라 불러야 할지, 숙명이라 불러야 할지.

그 선택에는 정말 거부권이 없었을까.

아니면, 거부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초신성은 스스로를 부수어 나를 만들었다.

나는 이토록 사랑받으며 태어난 존재였구나.


반면, 우주의 균형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자처한 존재가 있다.

바로 '저주받은 연인', 블랙홀이다.

사랑하는 대상에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을 삼켜버린 채 다시는 놓아주지 않는 이 지독한 집착.


블랙홀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그 거대한 중력으로 은하라는 시스템의 닻이 되어 전체의 질서를 유지한다.

이 또한 투박하고도 거대한 수용.

역시나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존재였다니.


떠남으로 지키고

머묾으로 지킨다.

우리는 늘, 지켜지고 있는 쪽이었다.


코스모스 9장에는

창조자로서의 태양,

중력,

별의 아이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정말 의식을 가진 존재는 우리뿐일까?

라는 질문이 남았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그 위에서 내려 쪼이는 햇볕의 따사로움을 느껴보라고.


칼 세이건은

마치 ASMR처럼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그 문장을 읊어준다.


'기미 생기겠는데?'


칼 형님 : (......)


자외선 차단제를 생각하는 별의 아이.

의식의 흐름이 이상해서 죄송합니다.

아마 칼 세이건이 들었다면

이마를 한 번 탁 쳤을 것 같다.


하지만

이토록 인간적인 방식으로

우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이해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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