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11장

우리는 모두 마법사

by 하이진

미래로 띄운 편지는 인간의 사정으로 노래를 잃어버린, 깊은 바닷속 고래로부터 시작된다.

고래들은 인간이 글을 쓰기 훨씬 전부터 대양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다.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동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지식을 나누던 그들의 노래는, 바다라는 코스모스를 연결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인간이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바다는 소음으로 채워졌다. 단순한 소리가 소음이 되어 갈수록, 그들의 마법에 교란이 생겼다. 늙은 고래들의 시름도 깊어졌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안녕을 전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지혜로운 고래들 중 일부는 소통의 단절이 문명의 단절로 이어질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나쁜 일은 몰아서 오기 마련이었다.


평화로웠던 코스모스는 형제와 이웃의 피로 물들었다. 그들에게 우리는 그저 생선이었다. 노래하는 생선이었다. 우리의 노래를 이해할 수 있다면, 이 전쟁을 피할 수 있을까? 누가 우리의 전령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멀리까지 퍼져 나가는 노래를 잊었다. 한 번이라도 우리의 눈을 들여다 봐 줄 수는 없었을까.


고래가 소리로 바다를 묶었다면, 인간은 글쓰기로 시간을 묶었다. 나는 이 장에서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거워지는 문장을 만났다.

[글쓰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다.

글쓰기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놓았고,

먼 과거에 살던 시민과 오늘을 사는 우리를 하나가 되게 했다.

책은 인간으로 하여금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했다.

그러므로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모두 마법사’가 된 것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칼 형님의 목소리도 듣고, 갈릴레이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속삼임도 듣고, 사회생활에 풀이 죽었을 케플러의 이야기도 들었다. 죽은 자의 영혼이 문장을 타고 내 머릿속에서 부활하는 마법.

인간이 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발한 가장 강력한 마법이었다. 펜 끝에서 흐르는 잉크는 시공간의 사슬을 끊어내는 지팡이가 되어, 과거와, 나와 그리고 미래의 누군가를 하나로 묶어놓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마법사가 되었네요.


이제, 인간의 마법은 보이저 호를 타고 먼 우주의 심연으로 떠났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호에는 한 장의 골든 레코드가 실려 있었다. 그 안에는 지구의 소리, 고래의 노래, 그리고 수많은 언어로 된 인류의 인사가 담겨 있었다. 서로를 사랑하고 소통하려 애썼음을 알려주고 싶어 했다. 고래의 노래도 자세히 들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글을 쓴다는 것,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시공을 초월한 여행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는 오늘도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수만 광년의 거리와 긴 시간을 가볍게 건너뛴다. 이 서툰 글도 시공간을 가로질러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마법사의 편지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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