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마지막 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by 하이진

드디어 코스모스의 마지막 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까지 왔다.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라 여기까지 오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은 지 며칠이 지나고 보니 내용은 하얗게 휘발돼 버렸는다. 그럼에도 팔불출 같은 지구 사랑을 보여주던 칼 형님의 걱정과 잔소리는 정확히 남아있다. 더 무서운 건, 그 걱정들이 전부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지막 장인 김에, 그 걱정과 잔소리 속에서 마음에 남은 문장들을 하나씩 꺼내 적어보고 싶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비현실적인 제안이 거절당할 때마다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비판은 쉽고, 제안은 어렵다.

이 문장은 나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 3세 이야기에 이르러서는 웃음이 났다.]


폐하… 왜 그러셨어요. 그래도 양심은 있었다고 해야 할까.

계면쩍은 얼굴로 사본을 내미는 장면과, 뒷목을 잡는 아테네 인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 주라.]


세상을 구하는 건 거창한 기술이나 정치가 아니라

‘다정한 개개인’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다정함은, 강력한 무기였다.

[사람들은 이상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기괴한 존재로 여기면서,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아니면 두려움 때문일까.

공포가 인간을 얼마나 잔인하게 만들 수 있는지 이해하는 나 자신이, 조금 무서워졌다.

[그러므로 누군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이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원수도 사랑해야 할 판에,

생각이 조금 다른 것쯤은

“그래요.” 하고 서로 넘길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복잡하고, 다정하고, 때로는 파괴적인 인류의 특별함이

부질없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결국 우리는 이 아름다운 푸른 행성의 유일한 이웃이다.


모습이 달라도, 생각이 달라도, 심지어 종이 달라도

서로에게 다정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슬프고도 다정한 말이었다.

… 이렇게 훈훈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로스!!

히파티아의 잔인한 죽음 때문에 극대 노했다.

성인의 반열에 올라 있다는 사실이 킹 받았다.


물론 단편적인 이야기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지만,

히파티아의 죽음은 그만큼 끔찍했다.

역사는 잔인한 죽음으로 가득 차 있고,

나는 그때마다 무섭고 화가 난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덮고 남은 가장 강렬한 감정은 분노였다.

다정함이라는 무기를 얻는 일은

신화 속 무기를 손에 넣는 것만큼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진짜 마지막으로.

칼 세이건의 유려한 글이 아무리 훌륭해도

홍승수 교수님의 번역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이 책은 지금의 힘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마법사의 솜씨로 아름다운 문장을 번역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를 꼭 남기고 싶었다.

어쩌면 지금쯤 칼 형님이 교수님께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꿈보다 해몽입니다. 번역이 예술이었어요.

우리 도서관으로 가서 은하 대백과사전이나 같이 읽으실래요?”


딴 길로 시선이 새기도 하고,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코스모스의 긴 여정을 함께해 주셔서,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



#코스모스#칼 세이건#홍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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