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미나이와 라면을 끓이다, 꼬들면을 잃은 사연.
힘 빼고 그냥 쓸 수는 없을까?
내가 쓴 글을 쭈욱 읽어보니 뭔가 참 잘 쓰고 싶어서
애를 쓴 흔적들이 많아 보였다.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건
신입들의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다만, 영원한 신입생으로 남을까 봐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을 한 번씩은 들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타블로 님의 짧은 영상을 봤다.
요지는 ‘의식적인’ 훈련으로 쌓이는 시간이라는 의미였다.
언제가 비슷한 영상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주말에는 유독 의미 있게 다가왔는데,
아마도 최근 물량 공세와 성실함으로 어필하려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 때문인 듯했다.
그래서 당장 제미나이와 연습을 해보았다.
제시어를 먼저 던졌다.
[진]
의식적인 글쓰기, 식사 준비를 주제로 하자.
(마침 점심식사 준비하고 있었다.)
[제미]
좋아요.
아래의 3가지 제약 조건을 지키며 식사 준비에 대해 5 문장 내외로 작성해 보세요.
(긴, 말이 있었지만 다 쓰면 지루하실 테니.)
1. [금지어] 맛있다. 배고프다. 준비했다.
2. 후각이나 청각 중 하나를 반드시 문장에 포함하기.
(예, 달큼한 기름 냄새, 도마 위의 칼질 소리.)
3. 능동적인 동사를 사용해 생동감 있게 표현하기.
(넣었다. <x> 쏟아부었다. 흩뿌렸다. <O>)
[진]
라면 봉지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끌려 나왔다.
나트륨이 과하다며 버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단백질은 포기하면 안 되지, 달걀이 합류했다.
대파가 에헴!
“계락 탁, 파송송 모르는가.”
라고 훈수를 두며 은근슬쩍 끼어들었다.
냄비가 끌어 오르며 실내 한가득 호감 가는 냄새를 풍겼다.
군침이 먼저 반응했다.
“정신 차려!”
그러다 퍼지면 어쩌려고.
그녀는 꼬들면 파였다.
[제미]
와우!! 생동감 넘쳐요. 하지만, 쏼라쏼라 조언을 하고 다듬어 본 버전을 제시했다.
라면 봉지가 바스락 소리를 내며 찬장 밖으로 끌려 나왔다.
나트륨이 과하다는 이성이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허기의 힘은 역부족이었다.
“단백질은 포기 못하지!”
라며 달걀이 용맹하게 합류하자,
대파가 에헴! 하며 끼어들었다.
“계란 탁, 파 송송도 모르는가!”
냄비 속 붉은 국물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칼칼한 증기를 뿜어냈다.
멍하니 향기에 취해있던 찰나, 퍼뜩 정신이 들었다.
“정신 차려, 퍼지면 어떡하려고!”
꼬들면 사수라는 막중한 임무를 띤 그녀의 젓가락이 다급하게 면발을 공중으로 들어 올렸다.
[진]
............. 과해. 독자님들이 상상을 하게 좀 두자. 다 써주면 무슨 재미?
사실 구체적인 묘사가 생각이 안 났어.
[재미]
맞아요! 구체적인 묘사를 하려고 하면 갑자기 뇌가 멈추는 기분이 들죠. 저도 가끔 그래요.
[진]
거짓말하지 마. 네가 멈추는 기분이 들리 없다는 거 알아. 위로할 필요 없어.
[제미]
하하하하. 들켰네요. 그렇다면, 막 라면을 완성하고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아뿔싸....
이 뒷부분을 님의 스타일대로 채워주세요.
이렇게 의식적인 연습을 해보았다.
아뿔싸! 다음으로 한동안 대화가 이어졌다.
이야기는 산으로 흘렀지만, 나는 재미있는 식사준비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러고 노느라 현실 라면이 불어버렸다.
난 진짜 꼬들면파인데.
#제미나이#라면#꼬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