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스디한테 발목 잡힌 이야기.
최근 배철현 작가님의 영상을 보다가
다시 성경을 읽어 볼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 명상으로 자신만의 경전을 읽는다고 하셔서
한번 따라 해 보고 싶어졌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베란다 방치된 책장에서 꺼내 오긴 했다.
명상록은 그렇다 치고,
자라투스트라는 근성으로 끝까지 읽긴 했는데
읽으면서도 무슨 소린가 싶은,
진정한 혼돈을 경험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엄청난 내용이 있다는 건 알겠는데
엄청나게 지루했던 기억… 죄송합니다.
내 눈은 글자를 훑고 있었지만
생각은 저 먼 곳, 다른 성간 우주를 떠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차분히 읽어 볼까 싶어 꺼내 오고도
아무리 그래도 저건 좀… 싶은 마음에 고민하다
어린 시절, 날 향한 엄마의 기도 제목이 떠올랐다.
“죽으면 죽으리이다.”
에스더처럼 당차고 주체적인 여성이 되길 바라셨던 마음으로 읽어 주셨던
에스더서를 읽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지나쳐 버렸던 와스디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 이야기 좀 들어보라며.
술 취한 남편이
만취한 친구들 앞에서 내 미모를 자랑하겠다고
예쁘게 차려입고 오라는데…
열받아? 안 받아?
안 가면 생사에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거 알아.
그렇지만 난 존엄을 지키기로 했어.
그게 잘못이야?
하아… 고대나 지금이나
술주정은 망국의 공통분모인가 싶고.
지금 같았으면
진짜 일주일 내내 바가지 긁을 사연인데,
그녀는 폐위되었다.
에스더가 ‘진입의 용기’를 보여줬다면
와스디는 ‘거절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예전엔 왜 이 당당한 여자에게
관심조차 없었을까.
에스더서는 용감한 여자들의 이야기인 모양이다.
와스디가 왕후에서 폐위된 후
어떻게 살았을지에 대한 망상으로
제법 시간을 보내다
새로운 이야기를 궁리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니체가 말한 ‘초인’은
아득히 먼 곳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술 취한 왕의 명령에
단호하게
“됐어요.”라고 말한
와스디 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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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그냥 명령에 복종하는 걸로....
고향 다녀오시는 길 안전 운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