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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화수목금토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월요일부터 다시 잘해보기 위해서라고.]
이슬아 작가님이 꼬마 제자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었다. 곰곰이 생각해서 이런 답을 주는 어른이라니. 아이는 "에이, 그게 뭐예요?" 하며 시큰둥했을까, 아니면 나처럼 무릎을 탁 쳤을까. 후기가 궁금해 출판사에 문의라도 해볼까 고민했던 아침이었다.
늘 그렇듯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다. 책을 고를 때는 취향을 따지지만, 뜻밖의 선물은 취향과 상관없기에 그저 즐거움이었다. 그리고 알게 됐다. 가끔은 상대의 취향과 상관없는 선물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다는 걸. 그런 점에서 브런치의 이번 선물은 나의 새로운 취향을 알려준 셈이었다.
독서의 목적과 지향하는 바는 각양각색이겠지만, 나의 목적은 순전히 즐거움이다. 문장마다 멈추게 하는 지점이 많으면 좋은 책이라 여기는데, <가녀장의 시대>는 나를 자주 멈칫거리게 했다. 상상하고, 웃고, 질문하게 했다. 작가의 생각에 온전히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의견을 가지면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 이야기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건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평범한 삶이 멋있고 특별해 보이는 마법은 각자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순간 발현됐다.
생각해 보니 내가 후졌던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삶을 긍정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에게 다정하라는 말에 언제나 시큰둥했다. 필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좀처럼 안 되는 일이었다.
작가는 이 책이 가부장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어도 무수한 저항 중 하나이길 바란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집안의 가장이 누구이건 '가장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선택의 여지없이 가장이 되어야 했던 무수한 아버지들이 좋아할 이야기였고, 명목상 가장이 있음에도 언제나 집안을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였다.
우리 집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장 역할을 맡고 있는 남편이 있다. 그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멋있게 고생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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