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오동 그림.
소녀를 사랑한 로봇.
[아이, 로봇]은 로봇 공학의 ‘3원칙’이라는 흥미로운 규칙에서 출발한다.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단, 언제나 인간이 먼저다.
겨우 첫 단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 원칙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여덟 살 소녀와 로비는 친한 친구였다.
로비는 말은 못 했지만, 누구보다 재미있는 로봇이었다.
두 사람은 숨바꼭질도 하고 전쟁놀이도 했다.
함께 달리기도 하고 목마도 태워주었다.
하지만 로비는 말을 못 했다.
음성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지만, 소통에 문제는 없었다.
로비는 소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다.
특히, 신데렐라 이야기를 좋아해서 자주 듣고 싶어 했다.
로비는 소녀를 돌봐주고, 소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두 사람의 세계에 다른 사람이 끼어 들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녀의 어머니 웨스턴 부인은 걱정이 많았다.
딸이 점점 로봇에게 집착하는 게 염려되었고
로봇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이웃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무엇보다 아이가 걱정이었다.
로비 외에 다른 친구에게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부인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
로비를 로봇 회사에 돌려보내기로 한 것이다.
대신 딸이 좋아할 만한 콜리종 개를 한 마리 선물했다.
하지만 로비는 없었다.
로비와 함께 딸의 웃음도 사라졌다.
웨스턴 부인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아이를 위해 하는 결정이 과연 합리적인가.
제대로 알고 하는 결정인지
주변의 시선이나
뜬소문에 반응하는 건 아닌가.
대부분은 편견과 얄팍한 지식에 의지해 결정을 내리고
그것들은 시행착오가 되어 돌아왔다.
나였다면
윽박지르고 화를 냈을 것 같은데
웨스턴 부인은 좋은 어머니였다.
딸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무한한 인내심을 발휘한다.
아빠인 조지 웨스턴의 생각이 웃겼다.
애초에 로비를 빼앗지 않았더라면
딸이 웃음을 잃을 일도 없었을 텐데.
하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그는
현명한 남편답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결국,
아이는 포기하지 않음으로 친구인 로비를 되찾는다.
웨스턴 부인이 백기를 들었지만
그 사이 그녀의 노력을 생각하면
그녀의 항복이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걱정이 너무 많아진다.
그래서 자꾸 뭔가를 더 많이 시키고
뭔가를 더 많이 못하게 만든다.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사랑은
불안함을 견디는 일이라는 걸.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기쁨보다 두려움이 컸다.
죽을 때까지 아이에 대한 걱정을 놓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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