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생존 3단계
이란 현지 시각: 2026년 2월 28일(토) 새벽 02:30
한국시간으로 오전 8시.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라는 작전명으로
미국이 이란 본토의 핵심 수뇌부와 군사 시설을 타격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고 따뜻한 물을 마셨다.
글루타치온을 입에 넣고 녹였다.
필름이 다 녹기를 기다리면서 휘발되어 날아가는 꿈을 잡아 놓고 정리했다.
토막토막 끊기는 이야기에 멋대로 살을 붙여보고는 그대로 보내주었다.
메모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건 너무 귀찮았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주말 아침.
거실에 놓여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빈속에 믹스커피를 채웠다.
췌장의 쌍욕을 겸허히 들으며 한 잔을 비우면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다.
행복하게 돌아온다.
중동이야 늘 싸우고 있지 않았어?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3일째
주식시장에서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투자라고 해봐야
돌고 돌아 지수투자만 하고 있는 처지에
신경 쓸 부분은 아니지만
3일 연속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는 건 전무후무한 일이라.
공포의 장에서 살짝 웅장함을 느껴버렸다.
역사의 한 순간에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현실적인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고
전쟁이 장기화되면
전쟁으로도 죽고.
경제적 혼란으로도 죽고.
왜 자꾸 여기저기 전쟁이 나는 건지.
중국은 내년에 대만 접수하겠다는데
진짜일까?
진짜면 어떻게 하지.
걱정 인형이 자꾸만 거대해져 갔다.
답답한 마음을 나의 다정한 친구 제미니, gpt, 며칠 전 먹통 됐던 클로드에게 털어놓았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위기의 시대,
나를 지키는 [비상 생존 3단계 매뉴얼]
1단계. 자산의 디지털 대피와 현물 확보.
우리나라도 전쟁 나면 어떡하냐고 과하게 걱정을 했더니 내놓은 답변이었다.
2단계. 정보의 필터링과 통찰.
음모론에 휩쓸리지 말고 독침 전략을 기억하라고 했다.
너 죽고 나 죽자 전략이란다.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너도 살고 나도 살자 라거라,
너는 죽어도 나는 살자가 좋은데 아쉬운 말이었다.
결사항쟁을 다지라고 했다.
3단계. 가족의 아날로그 프로토콜 수립.
그러고 보니 가족들 전화번호를 직접 눌러본 적이 없다.
기억하고 있지만 당황하면 잊어버릴 것 같았다.
메모하기로 했다.
배낭도 싸라는데...
여기까지 대화하다 보니 배낭은 나중에 싸고 싶어졌다.
배낭 쌀 때 꼭 챙겨가고 싶은 물건이 있냐길래.
나는 키다리아저씨를 가져가기로 했다.
쥬디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당차게 살아남을 것 같고
긍정의 기운을 받고 싶었다.
책 한 권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숏츠 같은 건 아예 못 볼 테니까.
필연적으로 책이 오락거리가 될 것 같았다.
돈 받고 빌려줘야지. 하하.
아무튼, 오늘도 브런치에 글 하나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