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갈대요.
설거지를 마치고 식탁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는데, 아들이 방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맥락 없는 질문이 시작됐다.
“엄마, 삼성 핵심 기술을 넘기면 1조를 준대. 넘길 거야?”
“아니.”
“2조.”
“아니.”
“3조는?”
“아니.”
아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왜?”
“너무 비현실적인 금액이라 욕망이 안 생겨.”
“아! 그럼 얼마면 돼?”
“글쎄... 한 1000억?”
1000억 도 비현실적인 건 매한가지지만, 핵심기술을 싸게 파는 건 죄일 것 같았다.
그래서 소시민 기준 상상가능한 최고의 금액을 불렀다.
“근데, 그건 왜 묻니?”
학교에서 선생님이랑 이런 토론을 했단다. 금액이 커질수록 아이들의 마음이 눈에 띄게 흔들리더라는 현실고증도 덧붙었다.
“너는?”
“나도 넘길 것 같아.”
아들이 당당하게 답했다.
“에라이, 매국노 같은 놈. 근데... 사실 나도 그럴 것 같아.”
우리 모자는 낄낄대며 웃었다. 갈대 같은 도덕성을 지닌 우리에게, 국가 기밀급 핵심 기술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었다.
한참을 심각하게 고민하던 아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아무래도 난 못 넘길 것 같아.”
“왜? 금액이 적어?”
“아니,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아서.”
“이야, 멋있다. 넌 앞으로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아들의 양심이 살아 있어 기분 좋은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