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다.

by 하이진

흔들리다, 라는 단어로 가족들에게 인터뷰를 했다.


<아빠>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당황한 눈치가 역력함에도

[이, 나무, 의자, 마음, 갈대, 그네.]

같은 단어를 나열해 주었다.


<아들>

초등학생의 풋풋한 감성을 기대하며 물어 본 아들에게서는

[이, 다리가, 땅이, 차가, 비행기, 배, 탱크, 수술대가, 손이, 나무가, 건물이, 전봇대.]


<딸>

몹시 귀찮아하면서 겨우 쥐어짜낸

[지진, 머리, 의자, 먼지, 우정.]


<나>

진지하게 고심하여 생각했지만

[식단이, 빨랫감이, 청소기가, 잔소리가, 그리고 네가, 알고 보니 내가.]


우리는 이렇게 흔들리는 게 제각각이었다.






어느날은 무심하게

어느날은 살랑이며

그러다 때로는 아찔하게

너를 건드렸다.


애써 고개를 돌렸지만

결국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사정없이 흔들어 놓는 동안,

내 안에 풍랑이 일고 있었음을

너는 알까.


흔들리는 것은

네가 아니라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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