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주린이의 참회록

by 하이진


2021년 1월.
삼성전자가 잠깐 9만 6천8백 원을 찍고 내려올 즈음,
나는 주린이가 되었다.


하루에 한 번 치킨값을 벌었다.
장 마감 무렵 매수하고
다음 날 장 초반에 매도했다.
그땐,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드디어 재능을 찾았다고.

그 재능이 이토록 하찮은 줄도 모르고.


쉽게 번 돈은
더 쉽게 떠났다.
그 덕분에 쓸거리와 멘털을 얻었다.


타의로 장기투자자가 되었다.

구조대가 오긴 할까?
“나는 10만 전자를 보고야 만다!”

칼을 갈던 나날이었다.


피터 린치, 코스톨라니, 리버모어,
워런 버핏, 하워드 막스,
그리고 『현명한 투자자』까지.
내로라하는 별들의 조언을 읽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이해한 건 아니었다.


재무제표는 좀 읽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돈이 늘진 않았다.
아, 손실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됐다.
그건 확실했다.


암흑의 시기가 지나
드디어 목표가가 왔다.

깔끔하게 팔았어야 했는데,
소심하게
3분의 2만 팔았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을 오늘도 가슴에 새겨본다.


제1원칙: 절대로 돈을 잃지 마라.

제2원칙: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마라.


나는 돈을 잃지는 않았다.
버핏 선생님의 조언을 새겨 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선생님처럼 많이 벌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적금 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조금 덜 번 대신
조금 더 배웠으니까.

부자가 된 걸로 치자.

나란 사람

이렇게 소박한 사람.


고공행진하는 주가를 보며 두려움을 느끼다 문득.



#주린이일기 #워런버핏명언 #투자유머 #장기투자 #브런치에세이



작가의 이전글그러므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