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답게
감사씨는 비어 있는 옆자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새벽 공기 같은 작은 한숨이 가볍게 흘러나왔다. 업무는 오늘도 산처럼 높았고, 그의 빈자리는 그 산 위에 벽돌을 한 장 더 얹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안 좋은 마음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그래도 목구멍 어귀를 막아버린 답답함만큼은 어쩌지 못했다.
불평씨의 책상은 늘 그렇듯 혼란스러웠다. 함부로 손댈 수 없는 풍경이었다. 그 속에는 어쩌면 그만의 비밀스러운 질서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감사씨는 그저 소심하게 커피 얼룩만 조심스레 문질러 지워주었다.
컴퓨터를 켜며 그의 일까지 떠맡았다.
그가 없으니, 그의 불평이 고스란히 이쪽으로 밀려온 것만 같았다. 괜히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니지… 이러면 안 되지. 안 아픈 게 어디야.’
억지로라도 감사할 거리를 찾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면서도 오늘따라 유난히 마음이 초라했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생각을 조금 돌려야 했다.
뜨거운 커피를 내려 한 모금 들이키며 소란스러운 마음을 달래고 있는데, 태평 씨가 탕비실 문을 밀고 들어왔다.
“독감이래요. 회사에서 쓰러져서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어서 좋겠다.”
“연차에서 까이겠죠.”
“그래도.”
태평 씨는 믹스커피를 따블로 타더니 특유의 여유로운 걸음으로 탕비실을 빠져나갔다.
참, 그 사람답다 싶었다.
그렇다면 나도, 나답게.
일단 오늘 하루를 어떻게든 잘 보내보자고 마음을 정리했다.
아메리카노의 검은 물결은 잔 안에서 잔잔히 일렁이며 깊고 조용한 심연을 숨기고 있었다.
감사씨는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억지로 감사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이 커피 속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시끄럽던 마음이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
그게 오늘의 첫 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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