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 민음사
[자신을 속박하는 힘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다.]
책을 다시 읽으면 다른 것이 보인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내용이 달라진다.
달라진 건 책이 아니라 바로 나다.
달과 6펜스를 처음 읽은 건 십 년도 더 전이었다.
그때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제멋대로인 성격과 무책임함에 질색했었다.
등장인물 중 이해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가 서머싯 몸을 좋아하게 된 계기였다.
어떤 종류의 강렬함이었는지 여전히 설명할 순 없지만,
뇌리에 남은 그 충격 때문에 다시 책을 펼쳤다.
누군가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기도 했다.
물론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책이겠지만.
그리고 놀랍게도, 이번엔 스트릭랜드가 ‘할 만큼은 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17년 동안 가족을 부양했고,
아이들도 장성할 만큼 키웠으며,
무엇보다 자신이 없어도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자녀를 이모 집에서 돌볼 수 있다는 말에서 나름의 계획도 읽혔다.
더크 부부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세상에는 꼭 필요하지만 배경으로만 머무는 존재들이 있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림자 같은 사람들’이
초월자와 마주하며 겪은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에 내가 받은 인상은 이것이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인간의 기준을 벗어난 초월자였다.
누구나 그처럼 살 수도 없고, 살아서도 안 되지만,
누구든 마음속 깊은 불길과 속박을 느낀다면
결코 평범하게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두려운 일이고, 견딜 수 없는 고행이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림자로 살아가는 일’에 만족한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알 속의 안락함을 택했고,
감히 그 껍질을 깨뜨릴 용기는 내지 못했다.
누가 돌을 던질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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