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

누가 누가 이기나

by 하이진

쿠팡 개인정보 털렸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등록된 카드 분실신고하고 비밀번호 바꾸느라 한창 분주한데,


아들이 방에서 뛰어나왔다.


“엄마, 재밌는 영상 보여줄게!”


아… 탱크네.

벌써 재미가 없다.


영상에는 시커먼 포신과 전차가 가득했다.

흥미가 싹 사라져서, 성의 없이 “어, 응…” 하고 건성으로 반응했다.

그랬더니 더 심각해졌다.


“155mm 대구경 포가 말이야, 발사를 했는데 못 맞혔어.”


아… 게임이구나.

그래서?

뉴비가 물었단다.


“그럼 재장전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3—”

“3분이면 너무 오래—”


내가 말하려는 순간, 아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3초라는 말이잖아!! 진짜 이해 못 한 거야?”


이해해야 되나?

전혀, 알고 싶지 않다.

심지어 이미 많이 알아.

물론 이름만 알지만, 그게 어디냐고.


티거, T34, 셔면, 코멧, 챌린저, 토터스, 마우스, 라테, 차르전차 등등...

여기서 뭘 더 알아야 되니?


“엄마는 총이랑 대포에는 관심이 없어.”


아들은 어떻게 관심이 없을 수 있는지 이해를 못 하는 듯했다.

그러더니 다시 탱크 이야기, 탄도학 이야기, 포신 길이가 어쩌고…


“초등학생이면… 혼자 놀지 않나요?”


언제까지 총과 대포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함께 하고

비행기 타고 세계를 도는 게임을 해야 하는 걸까.

나중에 전쟁 소설이라도 쓸까?

약간 의욕이 생기기는 개뿔... 전혀 안 생긴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사랑하는 엄마와 좋아하는 걸 나누고 싶구나

알겠는데... 내가 좋아하는 걸로 나눌래?


재장전이 3분이 걸리건, 3초가 걸리건 하나도 의미 없다.


그래서 나도 제안을 해보았다.

나의 세계와 언어로...


아들아 앉아봐

너의 하루를 제삼자에게 보여준다 생각하고 일기 한 번 쓰보자.

깔끔한 톤으로

할 수 있지?


"엄마 마음 이해했어. 이제 총이랑 탱크 이야기 안 할게."


시무룩하게 다른 데로 가는 아들.

하지만 나는 안다.

오늘의 탱크는 오늘의 탱크고

내일은 또 다른 탱크가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도 내일의 일기를 제안할 생각이다.

아들과 나.

창과 방패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지는 쪽은… 일기를 쓸까, 탱크를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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