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불러서
쓸 말이 없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있어서 그런지,
더 격렬하게 쓸 말이 없다.
사실 평소에도 별생각 없이 살기는 한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인지.
그냥 살지.
반짝이는 순간은 가끔이라서 더 빛나고,
고통은 함부로 논할 자격이 없는 것 같아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평범하게 시작된 하루였는데
아침부터 마음이 뾰족하다.
감정이 글에도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아
조금 신기했다.
통창 밖으로
겨울바람이 세차게 분다.
파란 하늘 아래
갈색으로 말라붙은 침엽수는
입이 다 떨어지고
앙상하게 남은 가지들보다 훨씬 을씨년스럽다.
맑은 날 내리는 비처럼,
화창한 날 이별한 사람처럼,
파란 배경에 바스러질 듯 말라붙은 침엽수는
환한 비극이다.
그냥 별일 없는 아침에,
그래도 뭐라도 쓰고 싶은 아침에,
그래서 정제 없이 마음을 꺼내보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