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첫째도 오지만
둘째도 온다.
둘째는 그나마 다양한 주제로 찾아오는데, 보통은 만들기와 관련 있다.
세상 참 좋아졌다.
만들기 도안이 책으로 나와서 오리고 붙이기만 하면
짠—
오늘은 멋진 주방이 되었다가,
내일은 디저트 가게,
모레는 미용실, 또 다른 날은 의상실이 된다.
게다가 재능기부하시는 분들이 무료 도안까지 온라인에 올려준다.
프린터만 있으면 뭐든 뚝딱뚝딱.
그래서 우리 집은 거의 백화점이다.
모든 매장이 입점해 있다.
주로 음식 매장이라는 건 안 비밀.
그날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데,
둘째가 또 뭔가 만들러 오는 줄 알고 물었다.
“만들고 싶은 거 있어?”
“아니.”
그리고는 갑자기 —
“엄마, 진정한 친구가 뭔지 알아?”
… 진정한 친구라니.
내 머릿속에는 왜
입원한 친구 병문안 갈 때 담배 사가는 친구라거나
숙취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해장술을 권하는 친구 같은
이상한 밈만 떠오르는지.
이건 말할 수 없어서, 최대한 상냥하게 되물었다.
“진정한 친구는 뭔데?”
“서로 양보하고, 기다려주고, 지켜주고, 도와주는 거.”
오오…?
기특한 소리.
“누가 알려줬어?”
“나 혼자서 안 거야.”
어떻게 알았지?
엄마는 저딴 생각이나 하고 있는데…
청출어람이다.
이 집의 진짜 어른은 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