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백 엔딩장면

다가가지 않았어야 했구나

by 하이진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녀린 호흡이 여인에게서 흘러나왔다. 맥박은 정직하게 속도를 줄이며, 빠르게 그녀를 죽음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제발...”


단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을 것 같았던 존재가 그 순간 필부처럼 애원했다. 누구든 이 여자의 생명과 자신을 바꿀 수만 있다면 기꺼이 무릎을 꿇고 굴종의 맹세도 할 수 있었다.


“날... 먹어요. 당신은 살아요. 내 숨이 끊기기 전에...”


여인은 힘겨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바람이 새는 소리였다.

사랑인가... 이런 게. 죽음으로 몰아 놓고 그렇게 말할 수 있나. 그자의 눈에 차오른 눈물이 진주처럼 쏟아져내렸다.


기도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여인에게서 생명이 빠져나갔다. 죽음과도 같은 고요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그는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여인의 피를 모조리 취했다. 그는 괴물이었다.


곧 여자의 아비가 창처럼 생긴 긴 도를 챙겨서 방에 들어왔다.


“아이는 두어라.”


夜君(야 군)을 앞에 두고도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아이를 지키세요.”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경어가 흘러나왔다.


“수련은 제가 데려가도 되겠습니까?”


침묵이 흘렀다.


“예를 갖춰 보내 줄 수 있나?”


이제야 아비 된 자의 목소리가 떨려서 나왔다.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던 자가, 자식의 죽음에는 담담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자가 조용히 여인을 안아 들었다. 누구도 막아설 수 없었다. 아비는 긴 싸움을 이어온 원수의 등에 처음으로 칼을 겨누지 않았다. 그자가 걸어가는 곳이 지옥의 길목처럼 보였다.


꿈에서 빠져나온 이강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런 건가. 그자는 악역을 자처했구나. 내 손에 죽기 위해서...’


그는 여인을 잃고 자신의 동족을 혐오했다. 가장 증오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이강이 그자를 찾아갔을 때, 이미 남은 괴물은 하나였다. 밤의 지배자. 압도적으로 강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면서도 세상의 이치를 초월했던 자였다. 자신의 아비여서 끔찍했고, 그 존재를 부정하고 싶었다. 그는 미움받기를 바랐고, 이강은 기꺼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다. 천년을 이어오며, 미움으로 그를 애도했다.


팔월의 만월이 차오르면, 세인을 취하지 않는 한 가만히 있어도 그는 사라질 터였다. 아비처럼 어리석게 밤을 보내지도 않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었다. 자신과 같은 존재는 다시 있어서 안 될 일이었다. 진실을 늦게 알아 차린 죄로, 이강은 그의 아비처럼 지옥의 길목을 걷게 됐다.


‘다가가지 않았어야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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