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돌이 이야기 1

나는 생각보다 조숙한 개였다.

by 하이진

나는 작은 강아지였다.

아직 털에 묻은 물기가 다 마르기도 전,

누군가 나를 누런 박스에 넣어 어딘가로 데려갔다.


박스는 흔들렸고, 냄새는 낯설었다.

나는 엄마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조숙한 개였다.

그래서 울지는 않았다.

다만 조용히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인생이라는 게 대체로 그렇다는 것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인간 여자를 만날 줄 알았다면

조금 더 버텼을지도 모른다.

사생결단이 나더라도

이곳만은 오지 않으려 애썼을 것이다.


물론 그때의 나는

앞날을 내다보는 법도,

인간의 집요함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몰랐다.


얼마쯤 지났을까.

경비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인간 여자가 믿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 몸놀림은 솔직히 말해

우리 같은 개들도 따라 하기 힘들 정도였다.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인간은 강적이라는 걸.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나를 안아 올렸고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와, 너무 귀엽다. 어디서 데려왔어요?”


말은 감탄이었고

손은 집요했고

예의는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조금 귀엽긴 했다.

그건 부정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반가워할 일은 아니었다.

참 피곤한 인간이었다.


그때 확신했다.

인생이 조금 꼬이기 시작했다는 걸.


어무이,

왜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