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돌이 이야기 4

관심이 필요하면 이주임을 분양하세요.

by 하이진

관심을 먹고사는 직업이 있다고 한다.
관심 따위, 무슨 맛이 있다고.
나는 정말 이해가 되질 않았다.
소시지라면 또 몰라도.


관심이라는 건 참 이상한 거다.
있으면 귀찮고,
없으면 허전하다.


요즘 나는 매일 아침마다 찾아오는 그 여자뿐만 아니라
경비실을 드나드는 불특정 다수 인간들의 덕분에
귀찮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허전해지고 싶다.
가능하다면, 격렬하게 허전해지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나는 그들의 ‘연예견’이었다.

지나가는 인간마다 한 마디씩 한다.


“고놈 참, 귀엽네.”


그럴 때마다
퍽.


귀여우면 귀여운 거지,
왜 다들 한 번씩 때리고 가는 걸까.
쓰다듬는 건지,
눌러 죽일 작정인 건지 알 수 없는 손길들.

귀는 또 왜 잡아당기는 걸까?
반려동물을 위한 인권위원회가 있다면
지금 당장 민원을 넣고 싶었다.


지들은 장난이겠지.
나는 말라죽을 수도 있는데.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지 잠도 마음껏 못 잔다.
막 잠들려고 하면 남자가 와서 건드리고,
겨우 체념하면 여자가 와서 만진다.


아무리 낑낑대고 짖어도 소용없다.
멍청해서 알아듣지를 못한다.

심지어 무신경했다.


비굴해도
무력해도
나는 참는다.
강해질 때까지.


두고 보자.
성견이 되면…
다 물어 버릴 거다.

그렇게 결의를 다지고, 다시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왜 안 오나 했다.

나의 천적,
이주임이라 불리는 여자.


싫다.


얼마쯤 지났을까.
나는 슬라임이 아닌데,
빨래하듯 조물 거리며 슬라임 같다는 말을 지껄이는 이주임.


무념무상,
도를 깨우쳐 가는 나.


그래도 이주임은
차거나 당기지는 않았다.
오물대는 손길도 의외로 부드러웠다.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반쯤 잠에 취해 있는데

손을 멈추더니, 아쉬운 얼굴을 한다.


“점심때 다시 올게. 기. 다. 려. ♥”


하트는 또 뭐냐. 우웩.


그래도
점심때까지는 쉴 수 있겠지.


일 좀 해라.

이렇게 피곤한데,
인간들은 뭐가 좋다고 관심을 먹고산다는 걸까.


하긴,
우리 개들 중에도
주인의 관심에 목매다는 녀석들이 있다지.


그 녀석들에게
이주임을 분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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