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소리를 찾아서
영혼 없이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지인이 올려준 해돋이 영상을 보며 소원을 빌고,
새해 첫날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된 오늘.
가족들은 학교로, 직장으로 각자의 자리로 떠나고
집 안에 고요한 아침이 찾아왔다.
최근 알고리즘이 밀어주는 AI 관련 영상을 아무 생각 없이 틀어 놓았다.
그러다 문득, “아, 이건 인간의 목소리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목소리라는 느낌도 들었다.
그러다 ‘월-E’가 떠올랐다.
2008년에 처음 개봉했던 영화.
망해버린 지구에서 홀로 청소를 하며 지내는
작고 외로운 로봇, 월-E의 이야기.
내가 좋아했고, 아들이 좋아했던 인생 영화 중 하나였다.
그 영화 속 세계에서는
인간의 모든 일을 로봇이 대신해 준다.
우주선 ‘액시엄’에 사는 인간들은
걸을 필요가 없어서, 결국 걸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이동 의자에 앉아 하루 종일 화면으로만 세상과 연결되고,
친구와도, 지인과도 전부 영상으로만 만났다.
그 세계에서 선장은 시간마다 메시지를 흘려보내고,
여러 가지 알림과 안내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스피커 속 목소리가,
지금 내가 듣고 있던 영상의 목소리와 너무 닮아 있었다.
이상했다.
불편할 이유도 없고, 특별히 반감을 가질 이유도 없는데
왠지 듣기 싫었다.
그래서 영상을 꺼버렸다.
그리고
임윤찬 님의 쇼팽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조용한 아침,
외출 준비와 함께 흐르는 쇼팽이 좋았다.
영상이 아닌, 누군가를 직접 만나러 나가는 아침이라는 사실이
괜히 안심이 되었다.
‘그 여자 이야기’를 이어 쓸 생각이었지만,
갑자기 잡힌 약속을 핑계로 하루만 미뤄본다.
이주임은 왜 진돌이를 팽개치고 가버렸는지,
그 이야기는 내일 다시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