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청령포는 인산인해

왕과사는 남자 개봉으로 애틋한 마음이 일어난다

by Hi 태백

단종과 엄홍도를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관람객 700만을 돌파 1,000만 관객도 무난할 것 같다. 태백과 영월은 지척의 거리이다. 단종의 전설은 태백산에 전해지고 있다. 태백산 아래 단종비각이 있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넘어오는 곳에는 어평재가 있다. 어평재 역시 단종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많은 관람객들이 영화관으로 몰리고 있다. 나는 태백에 있는 작은 영화관에서 관람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이 영화관에 많이 있었다. 역사 속 단종의 죽음은 모두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측은지심'이 일어난 것 같다,

단종의 이야기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영화 속에 단종의 이야기는 허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내가 본 영화 속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선비들이 시골로 유배를 오게 되면 글을 배울 수 있고 출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믿었다. 유배를 오는 장소가 영월로 정해 지자 청령포를 설명한다. 냉기가 서려 있고 물을 건너야 갈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한다. 유배를 온 사람은 너무나 어렸다. 노산이 왜 배우길 원하는지 물었다. "시골 무지랭이라 배울 수도 배워도 쓸 때도 없지만 열심히 배워 공평한 기회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 말한다. 백성은 세상이 어지럽고 혼란하지 않은 태평성대를 바라고 있을 뿐이다. 백성들이 바라는 세상이 오지는 않고 권력을 잡기 위해 기만과 모략이 세상을 어지럽혔다. 권력을 일삼는 양반들로 피바람이 산천을 물들이는 장면에 눈을 뜰 수 없었다

노산은 왕에 올랐지만 어렸고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음을 알았다. 백성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지만 백성들과 함께 했던 짧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름다웠다. 끝내 권력의 칼끝에 어떻게 운명을 달리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누구도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말하지도 말할 수도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가장 믿고 의지했던 백성의 손에 안겨 죽음을 선택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엄홍도를 중심으로 권력 속에 휘둘리는 역사적 비극을 그리면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깊은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나는 단종을 통해서 ‘측은지심’이 일어났음을 알았다. 약자와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 우리 모두에게 있음이다. 단종의 비극은 어린 단종의 불행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와 민초들의 아픔을 대변하고, 이를 통해 모두가 갖춰야 할 따뜻한 마음과 존중을 되새기게 되었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영화관에 모여 함께 호흡한 것도 바로 이 ‘공감의 힘’을 상징한다.

영화 속 노산이 말한 것처럼 백성들은 혼란과 기만, 권력 다툼 대신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태평성대를 염원한다.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볼 때, 여전히 세상에는 불공평과 갈등이 넘쳐난다. 단종과 엄홍도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정의와 평화, 그리고 공동체의 조화로운 삶을 역설하고 있다.

어린 단종이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 속에서도 백성과 함께 했던 행복한 순간들을 기억하는 것처럼, 오늘날 우리도 권력이나 위치가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심 어린 소통과 이해를 통해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함을 느꼈다. 권력의 칼끝에 생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던 단종과 단종 복위를 위한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교훈이다.

역사는 권력자와 백성, 개인과 공동체가 얽힌 복잡한 인간사의 무게를 담고 있음을 일깨워 준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통해 과거의 슬픔과도 마주하면서, 인내와 희망,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우리의 역할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서,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울림을 주었다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차가운 권력의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고통과 희망, 그리고 공존과 평화를 향한 진심 어린 염원이 있어야 한다.

'왕과 사는 남자'가슴 한구석이 먹먹해 짐을 느꼈다. 지금부터라도 현재의 삶과 사회를 더 깊이 돌아보아 보고자 한다. 영화가 끝나고 영월을 다녀왔다. 영월을 지나면서 청령포를 지나친다. 언덕 위 단종이 묻혀 있는 장릉 역시 올라가 보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가만히 있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단종이 유배된 청령포에는 '인산인해' 사람이 넘치고 주차장에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청령포를 가기 위해 운행하는 선박은 실어 날라도 날라도 긴 줄은 줄지 않는다.

영월 단종 유적지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방영 이후 더욱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청령포를 오가는 작은 배 두 척은 쉼 없이 물살을 가르며, 단종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들이 입구에서부터 꼬리를 물고 기다린다. 입구 주변부터 자동차 행렬과 주차장이 이미 만원 상태여서 좁은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해있다. 청령포를 향한 긴 행렬을 따라 걷는 길은 오히려 즐거운 산책로가 되고, 관광객들의 표정에서 역사 비극을 기리는 깊은 여운을 엿볼 수 있다.

청령포는 울창한 소나무 숲에 솔향기가 가득해 그윽한 자연의 품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단종이 기거 했던 단종어소와 행랑채가 복원되어 역사적 현장의 생생함을 전한다. 단종의 삶과 죽음을 해설사의 목소리는 유적지 곳곳에 울려 퍼지며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청령포 곳곳에서 단종과 그 시대의 이야기를 사진으로 담으려는 다양한 표정들이 어우러진다.

관음송은 단종의 비참한 운명을 지켜본 나무로 꼽힌다. ‘볼 관(觀)’과 ‘소리 음(音)’이라는 이름은 단종의 모습과 슬픈 말을 들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이 나무의 껍질은 나라의 큰 변고가 있을 때마다 검게 변해 마을 사람들의 귀중한 경고 신호가 되었다. 600년이 넘은 관음송은 단종이 유배 왔던 그 시절의 증인이기도 하다. 망향탑과 노산대도 단종 이야기를 가슴 깊이 전하는 역사적 상징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이 죽는 장면에서 절정에 이른다. 단종의 사후, 엄홍도의 인간 도리와 충절이 드러난다. 아무도 그 시신을 거둘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엄홍도는 차가운 강물 속에서 단종의 시신을 정성껏 모신다. 한겨울의 눈이 내리는 그곳은 땅이 얼어붙어 공포마저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노루가 놀라 도망간 자리에 눈이 녹아 단종의 장례가 급히 치러진 흔적을 남긴다. 엄홍도의 가족은 이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다. 단종의 능인 장릉은 산 능선을 따라 많은 이들이 다녀가고, 엄홍도의 충절을 기리는 정려각 또한 자리한다. 영월 관아 내 관풍헌도 복원되어 단종의 마지막을 기억하게 한다.

이처럼 영월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상영 이후 단종의 비극과 어머 홍도의 충절을 기리는 충절과 문화의 고장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깊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영월은 방문객들에게 진한 감동과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영월 단종 유적지는 역사의 무게와 현재의 생명력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명소임이 분명하다.

마음이 일어나고 영월을 다녀와서 일상이 행복해졌다. 역사와 전통 속에 사는 우리가 오늘도 공감과 희망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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