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씁니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안심합니다.
-롤랑 바르트
은유. 《쓰기의 말들》. 필사. 85 P191.
글쓰기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글쓰기는 function key(F1)와 최고의 자동차 경주 Formula One (F1)이라 생각합니다.
F1 키는 키보드 제일 왼쪽 위에 있습니다. '도움말'이 숨어있는 키죠. 글쓰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답답한 순간 이 키를 누르면 될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정작 누르지 않습니다. Chat GPT 같은 AI도 검색하지 않습니다. '물어보면 지는 거야'라는 오기 때문이지요. 혼자 버벅거리다가 느릿느릿 답을 찾아냅니다. 또 F1 키는 밝기 조정 버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 전이나 글 쓰는 도중 두뇌 아이디어 불을 켜고 껐다가를 반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F1 경기(Formula One)는 속도와 기술 팀워크의 절묘한 조화입니다. 레이서들은 시속 30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코너를 돌며, 0.1초의 차이로 승패가 갈립니다. 이는 글쓰기에서 문장을 다듬는 과정과 닮았습니다. 초고를 빠르게 써 내려가는 열정과 한 단어를 덜어내고 고르는 퇴고 과정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F1 레이스에서 드라이버는 순간의 판단으로 코너를 공략합니다. F1 드라이버가 수백 번의 랩을 돌며 트랙을 익히듯, 작가는 수많은 초고를 쓰고 버리며 자기 언어를 만들어 갑니다.
글쓰기는 때로는 F1 경기처럼 몰입과 속도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마감이 목전에 다다르면, 내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시속 300km로 달립니다. 아이디어가 터지는 순간, 브레이크 따윈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때론 Function Key F1처럼, 잠시 멈춰 도움말을 눌러야 할 때도 있다. 책 속에서, 다른 사람의 문장에서, 내가 본 것에서, 지난날 내 글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어제는 아내와 <F1 더 무비> 영화를 봤습니다. 주인공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는 한때 촉망받던 전설적인 F1 드라이버였으나, 1993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끔찍한 사고를 당해 선수 생활이 사실상 끝납니다.
이후 세 번의 이혼, 도박으로 개인회생 신청 등 방황하며 여러 직업을 전전합니다. 이 영화는 사고로 인해 내면의 깊은 상처 입고 힘들어하는 소니가 F1 경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갈등을 극복하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입니다. 결국 그는 자신을 회복하고 우승하게 됩니다.
글 쓰기란 무엇일까요?
프랑스 문학 이론가이자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나는 씁니다. 따라서 나는 스스로 안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은유 작가는 오늘 필사 본문에서 "써야 알고 알아야 나아지고 나아지면 좋아지고 좋아지면 안심된다. 안 쓰면 불안하고 안심하게 되는 그게 글쓰기다."라고.
김종원 작가는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걸 자기 언어로 쓰는 게 글쓰기다."라고 말합니다.
글쓰기는 속도만으로 완주할 수 없고, 도움말만 눌러 아무리 많이 찾아도 그것은 남의 것입니다. 달릴 땐 F1처럼, 막히면 F1 키처럼. 그 두 리듬을 오가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고 듣고 경험하고 깨달은 것을 자신의 언어 쓰는 것이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도움이 됩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