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의 결정적 기술은 글쓴이가
자기 노출을 절묘하게 통제하는 데 있다.
-웬디 레서.
은유.《쓰기의 말들》. 필사. 89. P199.
얼마 전 지인 J 선배에게 전화가 왔다.
"선배님 블로그를 배우고 싶다는 분이 있어요. 독서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인 데 부산에 모친 생일 때문에 오신다고 해요. 시간을 내어 가르쳐 달라고 했다." 잘 하면 글쓰기 수업도 들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제 오후 2시에 만나기로 했다.
오전 9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더운 열기에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렸다. 걸레를 빨아 책상을 닦았다. 수목에 물을 주고 에어컨을 틀었다.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마트에 가서 귤 한 박스, 호두과자, 인근 빵집에 가서 쿠키도 샀다. 사무실로 돌아와선 커피를 내릴 준비까지 마쳤다.
예전에 강의했던 PPT 자료를 꺼내 다듬었다. 순서대로 리허설을 했다. 블로그 유튜브를 검색, 최근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을 시청했다. 혹여 새로운 기능이 있는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약속시간인 오후 2시가 되자, 나를 소개해 준 J 선배와 깔끔한 인상의 부부가 들어왔다. 블로그를 배우려는 남편은 군대에서 진급을 앞둔 대령이라고 했다. 명함을 드리고 미리 준비한 간식과 차를 내어드렸다. 나는 그동안 내가 겪어온 자기 계발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술을 끊게 된 이야기, 독서를 통해 삶이 바뀐 경험,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내 이야기를 듣는 그들의 눈빛은 진지했다. 나는 내가 무언가 대단한 지혜를 전수하는 사람이라도 된 듯 우쭐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블로그 수업을 위해 그분의 블로그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이미 6천 명이 넘는 이웃이 있었다. 매일 같이 글을 올린지 꽤 오래되었다고 했다. 심지어 한 달에 스무 권의 책을 읽는다는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수년간 군대에서 기획업무를 했다고도 했다. 그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한 수 배워야 할 사람이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오지랖 떤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서둘러 만남을 마무리했다.
나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기도 전에 얕은 내 지식과 경험으로 가르치려 했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조언은 상대방이 필요할 때 하는 것이고, 경청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태도가 소통의 시작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진정한 지혜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아는 데서 나온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항상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겸손한 태도가 삶을 지혜롭게 만든다는 걸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겼다.
글쓸 때 체크해야 할 것
1.내 경험이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가.
2.뻔뻔한 자랑이나 지지한 험담에 머물지는 않는가.
3.타인의 삶으로 연결되거나 확장시키는 메시지가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