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완성할 수는 없다. 단지
어느 시점에서 포기하는 것뿐이다.
-존 발레리.
은유 《쓰기의 말들》. 필사. P203.
"3일 연휴라서 금요일부터 휴가입니다"
큰일 났다. 내가 항상 거래하는 인쇄소가 휴가란다.
토요일 저자 특강 행사가 있는 데 낭패다.
여러분도 혹 이런 일을 당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퇴직 후 저는 미루는 습관 전문가가 된 것 같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바인더도 쓰고, 시간관리를 칼같이 했는데, 퇴직 후 탄력 없는 고무줄처럼 늘어집니다. 할 일을 알면서도 꾸물거리다가 결국 마감 시각에 쫓겨 허둥지둥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3개월 전 강의 의뢰를 부탁받았습니다. 내내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 3일 전에 부랴부랴 작성해서 보냈지요. 강의 연습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강의 전날까지 했습니다. 때문에 강의 흐름은 매끄럽지 않았고 나 자신도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교회 남 선교회 행사 포스트를 부쳐야 하는 데, 조금 더 있다가 하지 뭐. 미루다가 결국 제때 붙이지 못했습니다. 홍보 효과는 반감되었고, 나 스스로 책임감 없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선교회 회원들에게 미안했고, 무엇보다도 하나님께 죄송했습니다.
어제 글쓰기 학인들이 출간한 공저 저자 특강이 있었습니다. '저자 특강 행사용품'을 준비할 때. 행사 일을 뻔히 알면서도 시작을 차일 피일 미룬 끝에 이틀 전에 부랴부랴 만들었다. 하루 전 지인에게 일을 맡겨, 상대까지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늘 똑같이 후회합니다. "조금만 일찍 시작했더라면......,"
미리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 미루다 마감 시각이 임박해서 하게 될까요?
첫 번째 이유는 하기 싫은 불편한 마음 때문입니다. 불편한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서 미루게 됩니다. 일을 안 하면 마음이 편한 게 아니라 불편하게 되고 불편하니 자꾸 피하게 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완벽주의 때문입니다. 완벽하게 하려니 두려워서 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 습관을 그대로 두고 살 순 없습니다. 몇 가지 실천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첫째, 작은 단위로 쪼개기.
'강의 자료 만들기'라는 큰 과제는 시작하기 부답스럽습니다. 대신 '표지 만들기', '목차 정리하기처럼' 10분 안에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합니다.
둘째, 시간제한 두기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 때문에 늦어지곤 합니다. '한 시간 안에 초안만 완성한다'라고 스스로와 약속합니다. 강물을 건너려면 먼저 발을 물에 담가야 하듯 말이죠. 초안이 있으면 고치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셋째, 나만의 마감 시각 앞당기기.
마감일 3일 전, 일주일 전으로 마감 시각을 스스로 잡습니다. 갑작스러운 변수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바인더에 할 일을 적어두고 하나씩 체크해 나가기로.
환갑 넘은 나이에 이걸 적고 앉아 있는 제가 한심하기도 합니다. 자기 관리는 나이에 상관없이 평생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미루는 습관은 게으름이 아니라 완벽주의와 두려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찍 시작하는 것이 결국 더 나은 결과를 만들겠지요.
이렇게 정리하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늘 마감에 쫓겨 불안했고 스스로에게 실망했지만 조금 덜 완벽해도 먼저 시작하는 습관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또 미루게 될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휴일 보내세요.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미래가 됩니다!'